겨울인데 사라진 롱패딩…이상고온에 '크롭 숏패딩'만 팔린다
11일 서울 명동의 한 의류 매장.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두꺼운 패딩 대신 재킷이나 얇은 패딩을 입은 마네킹들이 서 있었다. 다른 매장에서도 허리 위까지 오는 이른바 '크롭 숏패딩'이 대부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전시돼 있었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롱패딩은 매장 한쪽에서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매장 직원은 “요즘 많이 춥지도 않고 날씨가 오락가락하다 보니 손님들도 가볍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아우터를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올가을부터 최근까지 잦은 고온 현상이 나타나는 등 오락가락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패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는 과거 높은 인기를 끌었던 롱패딩 등 두꺼운 아우터 판매가 저조한 대신 경량패딩이나 숏패딩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랜드가 판매하는 ‘스파오’의 올해 경량 패딩 매출은 전년 대비 540%, ‘뉴발란스’는 250% 급증했다.
유행이 바뀐 이유도 있지만, 예년보다 포근해진 날씨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정참 이랜드 팀장은 “기존에는 헤비 아우터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간절기에도 입을 수 있는 경량 패딩이나 라이트 재킷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발열 내의도 가격을 내리고 두께를 다양화해 따뜻해진 겨울 날씨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날 잦아지자 두꺼운 겨울옷 안 팔려
12월에도 서울의 한낮 기온이 16.8도까지 오르는 등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시작된 엘니뇨의 영향으로 따뜻한 남풍 계열이 바람이 자주 유입된 데다가, 기후변화 추세까지 맞물린 게 원인으로 꼽힌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게 유지되는 기후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 발생하면 겨울옷 매출 줄고 재고 쌓여
오 연구교수는 “당시 12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도 높았고 1월 중순 이후에 한파가 나타나면서 계절의 지연 현상이 일어났다”며 “패션기업은 전년 매출 기준으로 판매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기상 패턴이 바뀌면 수요 예측이 맞지 않아 재고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극단적 날씨 변화로 수요 예측 어려워…“기후 이해도 높여야”
오 교수는 “기후변화가 앞으로 가속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기상 변동이 패션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의류 생산을 위해서는 패션업계에서도 기후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여서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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