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칠 "안해" 납축전지 "불필요"…상식 깬 테슬라 뺄셈전략
강철판 대신 스테인리스 스틸 사용하고
12V 전지 대신 48V 아키텍처 적용 ‘파격’
겉모습만 바꾼 게 아니다. 기존의 ‘자동차 문법’을 완전히 깨뜨렸다.
12일 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가 이달 초 출시한 ‘사이버트럭“에 대해 이 같은 분석이 나왔다. 전통적인 픽업트럭 디자인을 버린 사이버트럭은 독특한 외관만큼이나 차체 설계에서도 혁신 기술이 대거 도입됐다는 얘기다. 기존 자동차 기업이 관행적으로 받아들였던 생산 공정을 과감하게 뺀 이른바 ‘마이너스 엔지니어링’이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의 외관에 페인트를 칠하지 않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그대로 썼다. 얼핏 보면 주방에 있는 조리 도구와 닮았다. 테슬라 측은 이에 대해 “초고경도 스테인리스 스틸 외골격 구조는 찌그러짐과 손상, 부식 등을 감소시킨다”며 “도장을 하지 않기에 간단하고 빠른 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차체는 대량생산에 있어 약점이란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테슬라가 적어도 ‘자동차 차체=철’이란 기존의 공식은 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는 철로 된 차체에 페인트를 입히는 도장 공정에 상당 금액을 투자해왔다. 자동화 도장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에 처음으로 적용한 ‘스티어링 바이 와이어(Steering by wire)’도 100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에서 혁신적인 시도 중 하나로 꼽힌다. 운전대와 바퀴 조향 장치를 전선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현재 생산되는 자동차는 운전대와 바퀴 조향 장치가 기계 장치로 연결돼 있다. 스티어링 바이 와이어는 전기 신호를 보내 바퀴를 움직이기에 부품 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조립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고 차량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실 무게를 줄여야 하는 항공기에선 일찌감치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 By Wire)’를 적용했지만 자동차 분야에선 안전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관련 기술 채택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물론 이 기술에 약점도 있다. 운전대와 조향 장치가 기계적으로 연결되지 않기에 노면 상태와 바퀴 마찰력 등이 운전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 그만큼 조향감이 떨어질 수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에 48V(볼트) 아키텍처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에 따라 차량 내 각종 전장부품은 12V가 아닌 48V로 작동한다. 자동차 보닛 아래에서 60년 넘게 ‘동거’해온 직사각형 형태의 12V 납축전지가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전동화에 따라 전장부품이 크게 늘면서 12V 시스템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테슬라는 차량 내 작동 전압을 48v로 높이며 전력 손실을 크게 줄였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48V로 전환하면 전기차 전력의 3∼7%가량을 소모하는 조명과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부품 전력을 아낄 수 있다. 또 30~60㎏에 달하는 차량 내 전선의 중량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사이버트럭의 이 같은 새로운 시도와 확산에 주목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8V 아키텍처를 자동차 업계와 공유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면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을 통해 시도한 새로운 설계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할 수 있을까. 짐 팔리 포드 CEO는 이달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슬라의 48V 아키텍처 공유는 농담이 아니었다. 오늘 문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사이버트럭의 성공 여부에 따라 ‘미래 전기차’의 표준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테슬라가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전기차 기술은 자동차 업계 전반에 무언(無言)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충전 설비 수퍼차저와 큰 힘으로 금속을 찍어 자동차 차체를 만드는 기가프레스가 대표적이다.
테슬라가 이번에 사이버트럭을 통해 선보인 파격 가운데 48V 아키텍처는 자동차 업계 표준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 확산으로 높은 컴퓨팅 성능이 미래 차에 필수라서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전문가는 “국내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48V 시스템을 시험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12V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건 자동차 업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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