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없네'…與野, 인재영입 전쟁 속 서로 안심
與, 수도권 위기론 지속…나가기 부담?
野, 지역구만 151석…나갈 곳 없어서?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각각 인재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이 먼저 1차 영입인재 5명을 발표했고, 뒤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영입인재 1호를 공개했다. 내년 총선 승패가 각 당의 '참신한' 인재발굴에 달려있는 만큼, 양당 모두 상대방의 인재영입에 촉각을 기울였지만 "한 방은 없었다"며 양당 모두 안심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청년·여성·아동·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을 콘셉트로 한 첫 번째 총선 인재 영입을 발표했다. '범죄심리학자'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삐뽀삐뽀 119 소아과' 저자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의원 원장, '탈북민' 박충권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 '자립청소년' 윤도현 SOL(자립준비청년 지원) 대표, '이재명 저격수' 구자룡 변호사 등 5인이다.
세부이력을 보면 하정훈 원장(63)은 '밀리언 셀러'이면서 육아 필독서로 꼽히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 저자다. '탈북 공학도'인 박충권(37) 현대제철 책임연구원은 북한에서 핵·미사일 개발 인력을 양성하는 평양 국방종합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탈북했다.
윤도현(21) 자립준비청년 지원(SOL) 대표는 2002년생으로 발표된 영입 인사 중 최연소다. 18년 동안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자립한 청년으로, 자립준비 청년과 후원자를 이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각종 방송에 출연해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을 면밀히 분석해 '이재명 저격수'로 유명한 구자룡(45) 변호사도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이수정 교수(59)는 "험지로 가겠다"며 민주당 우세지역인 경기 수원정 출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의 영입 인재 발표 이틀 뒤인 지난 10일 첫 외부 인재로 환경전문가 박지혜 변호사 합류를 알렸다. 박 변호사는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에서 감사를 맡고 있다. 이 포럼에는 민주당 인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이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본청에서 제1차 인재영입식을 열어 "기후문제는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1호 영입인재, 박 변호사가 민주당과 그길을 함께 걷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연천 출생인 박 변호사는 서울대 로스쿨 출신으로 법학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공과대학 조선해양공학과와 같은 환경대학원 석사 학위도 수료했다. 그는 이날 인재영입식 인사말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와 역행하고 있는 정부 정책을 보면서 기후변호사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치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등장은 이와 같은 나의 노력을 일순간에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대비해 새롭게 영입된 인재를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국민의힘은 40명 안팎의 영입 인재를 발굴해 내년 총선 지역구 의원 후보로 배치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위원장은 "영입인재 중 일부는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며, 출마 대신 당에서 정책 개발 등 역할을 할 인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인재 영입 발표와 관련해선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를 모시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공천이 마무리될 때까지 인재 영입 발표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인재위원회에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을 기점으로 내년 총선 인재로 영입한 인사들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달 13일부터 국민추천제를 통해 받은 인재 등이 발표 대상이다. 민주당의 두 번째 영입 후보 콘셉트 역시 '경제' 관련 인사로 예정됐다.
여야가 모두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편, 상대 당의 인재영입 인사 중 눈에 띄는 인사가 없어 서로 안심하는 분위기이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1호로 발표하는 영입 인재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한 방'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인재영입 성패는 곧 국민 관심도에 달렸는데, 민주당 1호 영입인사에 큰 반향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여야의 인재영입 각축전 속에서도 눈에 띄는 '한 방'이 없었던 것과 관련, 정치권 관계자들은 집권여당의 '서울·수도권 위기론'과 제1야당의 지나친 지역구 의석 팽창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호남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고 영남은 이미 경쟁자가 너무 많아 영입인재는 서울·수도권을 바라봐야 하는데 '위기론'이 너무 심하다보니 '과연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당선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인재들이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아울러 "민주당의 경우에는 이미 당 소속 현역 지역구 의원만 151석"이라며 "민주당 현역 지역구 의원이 없는 곳은 험지를 넘어 사지(死地) 수준이라 나가는 게 의미가 없고, 영입되면 현역 지역구 의원과 맞서 공천을 따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미 외곽에서 사실상 정치를 해온 '원외 친명 인사'가 아닌 다음에야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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