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까지 고쳤지만… 유리벽은 아직 새들의 죽음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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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인근 금하지하차도와 그 옆 대규모 아파트 단지 사이에는 높이 10m가 넘는 투명 유리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투명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급증하자 국회는 지난 6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구로구청의 경우 지난해 8월 투명 방음벽과 유리 난간 등 15곳에 조류 충돌 방지 필름을 붙인 뒤에는 새 충돌 관련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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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방지 스티커 등 저감 조치해야
강제성 없어 서울 구청 중 3곳만 시행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인근 금하지하차도와 그 옆 대규모 아파트 단지 사이에는 높이 10m가 넘는 투명 유리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지난 6일 이곳을 직접 찾아 방음벽을 살펴봤다. 약 20m를 걷는 동안 방음벽에 새가 부딪혀 죽은 흔적인 ‘충돌흔’이 7개 발견됐다.
방음벽 아래 화단에서는 새 사체도 발견됐다. 머리는 이미 분해돼 없고 몸통만 남아 있었다. 사체 없이 새 깃털만 흩어져 있기도 했다. 동행한 안성진 조류충돌방지협회 이사는 “길고양이들이 새 사체를 물고 가면서 깃털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투명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급증하자 국회는 지난 6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행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새가 투명창에 부딪혀 죽고 있다. 2018년 국립생태원 발표에 따르면 투명창에 부딪혀 죽는 새는 연간 800만 마리에 달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건축물은 ‘조류 충돌 저감 조치’를 해야 한다. 새들이 뚫린 공간이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창에 스티커를 붙이는 조치 등이다. 하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기관 참여는 저조하다.
환경운동 시민단체 녹색연합이 지난 6월 서울 25개 구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저감 조치를 시행한 데는 구로·금천·노원구청 3곳뿐이었다. 저감 조치를 하자 확연한 변화가 일어났다. 구로구청의 경우 지난해 8월 투명 방음벽과 유리 난간 등 15곳에 조류 충돌 방지 필름을 붙인 뒤에는 새 충돌 관련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조치를 하지 않은 구청에는 새 충돌 관련 신고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지난달 8일 관악구청 민원 게시판에는 ‘구청 유리창에 충돌해 죽은 조류를 발견했다’는 글이 사진과 함께 게시됐다. 관악구청은 건물 입구 쪽 벽면 전체가 투명 유리로 돼 있다. 투명한 유리창은 거대한 거울로 작용해 하늘을 비춘다. 새들이 유리창에 그대로 충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청 관계자는 “조류가 충돌하는 위치와 발생 횟수를 수시로 파악해 향후 야생조류 보호에 적극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
안성진 이사는 “최근 단열 효과가 좋은 유리로 시공되는 건물이 많아지고 있는데 일반 유리보다 반사성이 높아 새들에게 위험하다. 지구 보호를 위해 시공한 것이 역설적으로 새들을 더 죽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멸종위기 새들도 유리창에 충돌해 죽는다. 조류충돌방지협회에 따르면 최근 2달 동안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올빼미와 수리부엉이, 팔색조, 새매, 벌매가 투명창에 충돌해 죽은 채 발견됐다.
유새미 녹색연합 활동가는 “현재 저감 조치 이행 의무는 공공기관에만 한정돼 있지만 실제 조류 충돌의 90% 이상이 민간 건축물에서 발생한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건축법에 해당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광명=글·사진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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