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멈춰 선 철강 업계… 中·日 저가 공세에 쫓기는 처지

황민혁 2023. 12. 1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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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저가 공세에 직면한 국내 철강업계가 원료비까지 오르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1일 "현대제철 등 국내 유수의 철강기업들은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담합 등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쉽게 돈을 벌어왔다"면서 "최근 중국과 일본산 제품이 유독 저렴해진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 제품이 가격 품질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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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나눠먹기 의존… 경쟁력 후퇴
국내 시장 中·日 수입 비중 증가세
업계, 원료비 인상 어려움만 호소
게티이미지


중국과 일본의 저가 공세에 직면한 국내 철강업계가 원료비까지 오르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철광석값이 올라 원료비 부담이 늘었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산 저가 철강 제품의 국내 침투가 본격화되며 납품가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강업계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고질적인 담합 관행과 뒤처진 가격 품질 경쟁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1일 “현대제철 등 국내 유수의 철강기업들은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담합 등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쉽게 돈을 벌어왔다”면서 “최근 중국과 일본산 제품이 유독 저렴해진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 제품이 가격 품질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철광석 현물 가격은 t당 137.4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5월 24일 97.35달러 대비 41.14% 상승하면서 1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연간 철강생산 한도를 해제하면서 철광석 수요가 급증하자 가격이 뛰어오른 것이다. 철을 만들 때 쓰는 호주산 원료탄 가격도 지난 5월 말 기준 t당 224달러에서 이달 7일엔 335달러선까지 급등했다.

철강업계는 치솟은 원료비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국내외 건설 경기가 얼어붙는 등 수요가 부진한데, 국산보다 저렴한 중국과 일본 제품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제품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틈을 타 주변국 철강제품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철강 시장에서 중국산과 일본산 철강이 차지한 비중은 각각 11.1%, 7.2%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9% 포인트, 0.5% 포인트씩 뛰어오른 수치다. 특히 중국산의 역습이 강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수입시장에서 차지한 비율은 56%로, 전년 동기 대비 31.2% 급증했다.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지만 가격이 비쌌던 일본 제품도 ‘엔저 현상’에 힘입어 국내 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철강사들이 내년 실적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서 철강은 ‘흐림’(업황 어려움) 진단을 받았다. 국내 수요가 부진한 데다 중국·일본 철강의 국내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과 전기료 등이 올랐는데 제품 가격만 그대로인 상황이라 올 4분기는 물론 내년 1분기까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철강업계가 그간의 담합 행태를 근절하고, 제품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시장점유율 99%(생산량 기준)를 차지하는 7대 제강사가 7조원에 달하는 공공입찰 비리로 지난 6일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는 등 국내 시장에서 ‘나눠 먹기’에 전념하는 사이에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산 철강 유입을 걱정할 게 아니라 선진국에 한국산 철강을 제 값 팔고 팔 경쟁력을 갖추는 등 전반적인 체질 개선만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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