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아르헨 대통령 취임 “경제위기 극복엔 충격요법뿐”

김지애 2023. 12. 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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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며 파격적인 공약으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하비에르 밀레이(53)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하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식에는 남미 주변국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참석해 밀레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중앙은행 폐지와 달러화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연설에선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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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유산 물려받아” 전 정권 비판
공공부문 재정 조정 등 개혁 약속
비서실장에 여동생… 정권 2인자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연방의회 앞 광장에서 취임 연설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며 파격적인 공약으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하비에르 밀레이(53)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하며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충격요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개혁을 약속했다. 다만 첫 내각을 온건파 인사들로 꾸리며 자신의 과격한 공약들을 급격히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에노스아이레스 연방의회에서 퇴임하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부터 어깨띠를 넘겨받은 뒤 취임선서를 했다. 이어 의회 앞 광장으로 나가 취임 연설을 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현재보다 더 나쁜 유산을 받아 든 정부는 없다”며 전 정권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는 현재 연간 1만500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겪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공공부문 재정 조정과 충격요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련의 경제개혁으로 인해 고용이 영향을 받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아르헨티나 재건을 시작하기 전 우리가 마지막으로 삼켜야 할 약”이라고 말했다.

취임식에는 남미 주변국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참석해 밀레이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한국에서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경축특사로 자리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식 후 정부 부처 장관을 비공개로 임명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여동생인 카리나 밀레이(51)를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홍보 전문가로 대선 때부터 선거운동을 주도했던 카리나가 정권의 2인자로 떠오른 모양새다. 현지 언론은 친족을 공직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한 기존 규정을 폐기하고 카리나를 비서실장에 앉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새 내각에는 온건파 인사들이 중용됐다. 우파 마우시리오 마크리 정부(2015~2019년)에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루이스 카푸토가 경제장관으로 기용됐다.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된 산티아고 바우실리도 마크리 정부 재무장관 출신이다. 지난 10월 대선에서 3위를 차지했던 중도우파 성향의 파트리치아 불리치 전 보안장관은 새 내각의 보안장관으로 다시 기용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중앙은행 폐지와 달러화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연설에선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당선 이후 파격적인 공약들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첫 내각을 온건한 인사들로 꾸린 것은 극단적인 여소야대 의회 구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전진당의 의석은 하원 257석 중 38석, 상원 72석 중 7석뿐이다. 집권 초반부터 공약 이행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대선 기간에 특유의 ‘거친 입’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당선 후에는 한층 몸을 낮춘 모습이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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