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기 가뭄 대비한 물관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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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와 가뭄 같은 이상기후 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재해는 묘한 주기성과 반복성을 갖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강우로 인한 홍수는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주기성을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극심한 가뭄 현상은 수십 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뚜렷한 주기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2022년 여름에 시작돼 2023년 봄에 끝난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가뭄은 전남지역 물 공급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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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와 가뭄 같은 이상기후 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재해는 묘한 주기성과 반복성을 갖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강우로 인한 홍수는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주기성을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극심한 가뭄 현상은 수십 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뚜렷한 주기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주기성을 보고 극한 가뭄이 예상된다고 말하면 불쌍한 양치기 소년의 모습이 되곤 한다. 늑대가 온다고 장난을 치던 양치기 소년은 생각 없이 그랬는지 몰라도 극한 가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우리는 적어도 재미로 이러는 것은 아니다. 홍수 때문에 문명이 몰락하고 국가가 위험에 처한 적은 별로 없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최후를 맞은 문명은 여러 고서(古書)와 역사에서 확인된다. 적어도 가뭄은 늑대보다 더 무서운 존재이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조선시대 측우기 기록에 의하면 조선 말기에 우리나라도 20년 가까이 극한 가뭄이 이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의 물 공급 시설이 최근 100년 남짓한 강우 기록을 기반으로 물 공급의 안정성을 평가한다는 점과 최근 100년의 기록에는 5년 이상 지속한 가뭄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선 말기의 가뭄이 현대에 재현된다면 우리는 과연 무사할까?
2022년 여름에 시작돼 2023년 봄에 끝난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가뭄은 전남지역 물 공급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왔다. 고작 2년도 안 되는 가뭄으로 이 정도라면 과연 우리의 수자원 인프라가 몇 년간 지속하는 가뭄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호주 남미 등도 10년 이상 지속한 가뭄에 시달린 것이 최근의 일이다. 2022~2023년 가뭄 이후 전남지역의 물 공급 시스템과 물 인프라는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물 공급은 하천 등 지표수 의존율이 매우 높고, 댐 용수에 의한 광역공급망 의존율이 50% 이상이다. 만약 여름에 와야 할 충분한 강수가 발생하지 않으면 바로 댐의 용수 부족으로 겨울은 물론 그 이듬해 봄까지 가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매년 홍수가 발생하기를 바라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광역공급망은 물이 충분할 때는 편리하지만 가뭄이 발생하면 엄청난 식수 인구가 가뭄을 동시에 겪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다.
이제는 장기간의 가뭄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안전한 물 공급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 체제가 필요하다. 그동안 상수도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광역공급 정책이 성공했다면 이제부터는 여러 수원을 연계하는 분산형, 연계형 물 공급 체계와 지표수 이외의 수원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적어도 검은 백조가 날아다니고 회색 코뿔소가 뛰어다니는 세상을 만들면 안될 것 같다.
이주헌 (국가물관리위원회 간사·중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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