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6) “하나님은 언제나 네 편” 목사님의 따뜻한 위로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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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터미널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던 내 이름을 부르던 사람.
그 사람은 바로 과거 다니던 전자회사에서 가장 친했던 동료였다.
그동안 나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다 외면하고 피했는데 직접 주소까지 적어주며 찾아오라고 했던 고마운 선배였다.
그곳에서 서울에 올라와 겪은 2년여간 이야기를 소설 한 편을 읽어내려가듯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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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교회 전도사였던 목사님 만나
서울 올라와 2년여간 겪은 일들 하소연
고속버스터미널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던 내 이름을 부르던 사람. 그 사람은 바로 과거 다니던 전자회사에서 가장 친했던 동료였다. “너 용대 맞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무슨 일이야?” 나는 힘겨운 몸을 겨우 일으키며 눈물을 닦았다. 그러곤 친구와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데 ‘이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탈하면서도 헛웃음이 지어졌다.
그렇게 네 번째 자살 기도도 실패로 끝났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지키려고 작정을 한 것처럼 생을 포기하려 했던 내 나약한 행동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 후로 다시는 자살을 생각하지 않았다.
또 다른 어느 날 거리에서 우연히 고향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앞서 내 모습에 조금 놀란 것 같았다. 목발을 짚기 전의 모습만 봐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형은 어떻게 지내세요?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나야 뭐. 나는 신학교를 다니고 있어.” “신학교요?”
선배는 버스를 타고 가다 창밖으로 세상 고달픔을 혼자 다 짊어진 듯한 남자가 보이기에 유심히 봤는데 그게 나였다는 얘길 전했다. 나를 만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한 정거장을 돌아왔다는 얘기도 함께. “내가 사는 집 주소와 전화번호다. 꼭 한 번 찾아와라. 꼭!”
그 후로 며칠이 지났다. 솔직히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그보다 사람이 더 고팠다. 며칠 전 만났던 고향 선배가 떠올랐다. 그동안 나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다 외면하고 피했는데 직접 주소까지 적어주며 찾아오라고 했던 고마운 선배였다. ‘정말 한 번 찾아가 볼까.’
주소가 적힌 종이를 들고 물어물어 선배 집을 찾아갔다. 선배가 적어 준 주소는 일반 가정집이 아니었다. 한 건물 3층에 자리 잡은 교회였다. 옛날 건물들이 통상 그렇듯 계단 하나의 높이가 무척이나 높았다. 걸음걸이가 성치 않은 나로서는 숨이 턱턱 막힐 수밖에 없었다.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3층을 오른 뒤 선배 이름을 불렀다.
“윤호 형. 계세요?” “누구세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안에서 나온 사람은 유년 시절 교회학교에 다닐 때 나를 가르쳐 주셨던 전도사님이었다. “윤관 전도사님?” “이게 누구야, 용대 아니냐. 그러잖아도 조윤호 전도사에게 너 만났다는 얘길 들었다. 정말 잘 왔다.”
전도사님은 예전과 다름없이 날 반갑게 맞아주셨다. 지금은 교회를 개척해 윤 목사님으로 사역을 하고 계신다. 목사님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윤호 형이 있었다. 세 사람이 나란히 앉은 공간은 날 휘감고 있던 일상과 달리 너무도 따뜻했다. 그곳에서 서울에 올라와 겪은 2년여간 이야기를 소설 한 편을 읽어내려가듯 나눴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버리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절 사랑하신다면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왜 이렇게 아프고 힘들게 내버려 두고 병신으로 만드냔 말이에요. 건강하게 해주셔야지!”
내 얘기를 듣고 말을 잇지 못한 목사님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용대야.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그런데 하나님은 결코 너를 버리지 않으셔. 언제나 너의 편에 계시지.” 지나온 시간이 필름처럼 스쳐 갔다. 순간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차올랐다. 소리도 못 내고 우는 나를 목사님은 꼭 껴안아 주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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