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네덜란드 공군기 엄호 받으며 도착… '반도체 외교' 돌입
이재용·최태원 동행…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 본사도 방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 추진… 방산·물류·농업·과학 협력 확대
윤석열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해 3박 5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것은 1961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현지 동포들과 간담회를 시작으로 본 일정에 들어간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5시 45분께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 대통령 전용기 공군 1호기 편으로 도착했다. 공군 1호기가 네덜란드 상공에 진입하자 네덜란드 공군기 2대가 좌우에서 엄호 비행을 했다.
공항에는 룻허 브루머라르 국왕 부관참모 겸 경호대장, 휴고 드 용어 내무부 장관, 페이터르 반 데르 플리트 주한대사, 도미니크 퀼링-바커 외교부 의전장, 에릭 페르발 국왕 부비서실장, 한스 페인하위젠 왕실 시종무관, 요세핀 마리아 반 카르네베크-타이선 왕비 지원관, 레온틴 반 덴 베르흐 국왕 전속부관 등이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우리 측에서도 최형찬 주네덜란드 대사 내외와 윤원 한인회장이 나왔다.
이번 네덜란드 국빈 방문의 핵심은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구축 및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다. 윤 대통령 역시 전날 공개된 AFP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국빈 방문은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룰, 보다 체계적인 제도적 틀이 마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반도체 협력 논의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와 한국은 '경제가 안보이고 안보가 경제'인 시대라는 공감대하에 양국 간 경제안보 분야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논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도체 동맹'을 기반으로 양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를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현지에서는 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정상회담 및 업무 오찬에서 반도체 대화체 신설, 양해각서(MOU) 체결, 공동사업 발굴 협의 등을 논의한다.
12일 예정된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 본사 방문은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다. 윤 대통령은 "ASML 방문은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관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기업의 역량을 결합해 반도체 가치사슬의 상호 보완성을 극대화하는 세부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내년에 출시될 최신 노광장비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ASML을 포함해 주요 반도체 기업인들과 함께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인 노광장비를 세계 시장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탓에 우리로서는 반도체 공급망을 크게 확장할 기회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경제 협력 분야도 확대한다. 윤 대통령은 안보 협력뿐 아니라 교역 분야를 방산, 물류, 농업, 과학기술, 교육 등 경제 분야 역시 전방위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양 정상은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국 간 '경제·안보 대화체'를 신설 및 정례화하고, 한-네덜란드 간 워킹홀리데이 연간 상한선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북핵, 우크라이나 지원, 중동 문제와 관련해 긴밀한 공조 체계가 구축될 수도 있다. 또한 국방·방산 분야 고위급 교류와 방산기업 간 협력 촉진 방안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의 군사적 이용, 사이버 안보 같은 신흥 안보 분야의 양국 협력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116년 전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리더잘'(기사의 전당)을 방문해 이준 열사 기념관을 찾는다. 국권 회복,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정신을 되새기고, 강력한 국방력과 글로벌 리더십을 바탕으로 자유 민주주의와 세계평화 수호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암스테르담=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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