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올트먼 사태’와 AI 기술패권 전쟁
올해 챗GPT 출현은 인공지능(AI) 기술의 가공할만한 위력을 제대로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챗GPT 등장 이후 엄청난 생산성 향상과 인간의 역량을 뛰어넘는 다양한 활용 사례가 넘쳐난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닥칠 AI와 빅데이터, 그리고 로봇의 오·남용으로 인간 세계의 질서 파괴를 걱정하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픈AI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38·사진)이 이사회에서 해임을 당한 뒤 닷새 만에 복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15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 주도로 설립된 오픈AI는 ‘인류를 이롭게 하는 안전한 범용 AI를 만든다’는 기치 아래 비영리 법인으로 출범했다. 당초 수익성보다 인류에 도움이 되고, 안전성을 갖춘 AI를 개발해 나갈 것을 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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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안전 관련 전 지구적 논쟁
미국·중국·EU 등 주도권 잡기
우리도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
하지만 올해 챗GPT의 성공적 안착과 AI 활용의 긍정적 효과를 발판으로 올트먼 측 개발론자(Boomer)들이 주도해 후속 개발을 서두르면서 사달이 났다.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면 큰 재앙이 뒤따르니 속도를 조절하자는 이사회 측 보수론자(Doomer)와 올트먼 측 개발론자의 충돌이었다. 이 싸움에서 95%가 넘는 임직원의 지지를 등에 업고 복귀한 올트먼은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하고 GPT 모델을 사고파는 장터인 ‘GPT 스토어’를 통해 AI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노린다. 오픈AI가 내분에 휘말려 주춤한 사이, 구글이 챗GPT-4를 뛰어넘는 ‘제미나이’ 출시를 발표함으로써 AI의 상업적 활용과 기술 고도화를 주도하겠다는 올트먼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다.
AI가 축복과 재앙을 함께 지닌 양날의 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11월 28개국이 참여한 ‘AI 안전 정상회의’가 영국에서 개최됐다. 그 자리에서 ‘프런티어 AI’를 포함한 생성형 AI의 위험성을 고려하고 국제적으로 조율된 조치를 통해 위험성을 완화할 방법이 논의됐다. AI를 안전하게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한 지침과 행동 규범에 합의하는 ‘블레츨리 선언’도 채택했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AI를 장착한 핵탄두나 드론 사용을 금지하는 대책을 논의했고, 유럽연합(EU)은 AI 기술 위험을 4등급으로 분류하고 규정을 어긴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AI 규제법(The AI Act)’에 합의하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최고의 두뇌와 자본이 집결돼 있고,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초거대 플랫폼이 전 세계의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놓고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GPU(그래픽 처리 장치) 반도체 기술력으로 AI 클라우드센터를 구축해 놓았다.
이를 바짝 뒤쫓는 나라가 중국이다. AI 이미지 처리 등에서는 두각을 보이고,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초거대 플랫폼이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생성형 AI 분야에서는 미국에 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양자컴퓨팅·AI·반도체 수출과 투자를 통제하면서 기술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AI 패권 전쟁에 나서는 데다 언어 장벽이 없는 글로벌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 플랫폼 기업들과 정부의 대응전략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과연 국내 기업들이 GPT와 같은 기초모델 개발에 성공하고 경쟁해 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의 잇따른 AI 산업 육성전략 발표로 한국의 AI 종합수준이 세계 12위로 향상됐다. 하지만 AI 인재 분야에서는 20위에 머물러 1등만 살아남는 첨단 기술분야에서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활용 측면에서도 GPT 플랫폼에 내부시스템 연동을 금지하는 등 벌써 폐쇄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AI 기술 패권 전쟁 시대에 정부의 정책 방향이 명확해야 한다. 수년간 조 단위를 투자한 AI 학습데이터 사업이 생성형 AI 앞에 거의 무력해진 상태를 되돌아보자. 최근 전자정부 장애 사태에서 보듯 첨단 기술분야의 정부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어중간한 정책과 생색내기식 투자로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도태되고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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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배 한국CIO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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