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구글 AI의 굴욕
구글은 최근 공개한 차세대 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텍스트를 입력할 필요도 없이 카메라와 마이크로 사용자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내용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구글은 이런 ‘멀티모달(multimodal)’ 능력을 갖춘 제미나이가 인간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은 최초의 AI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구글의 데모 영상이 편집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구글이 이를 시인하면서 실망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모델이 탑재된 구글의 AI 챗봇 바드의 답변도 오픈AI의 챗GPT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구글이 AI 홍보에서 실패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바드를 선보였을 때 답변에 오류가 들어간 데모 영상을 사용하면서 주가가 7.6% 폭락한 적이 있다. 구글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경쟁 상대인 챗GPT도 자주 틀린 답을 내놓는 것으로 악명 높지만 사용자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 듯 보이고, 이번에 발표한 제미나이는 정식 출시가 안 된 제품인데도 샅샅이 뜯어보고 흠을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가령 2019년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을 처음 공개하면서 차량에 장착된 방탄유리를 자랑하기 위해 쇠공을 던졌다가 유리가 깨지면서 망신을 당했지만, 사람들은 웃어넘겼고 오히려 그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사전 주문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의 제품에는 관대하다. 흠이 있고 완성도가 떨어져도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 뒤를 쫓는 기업이 경쟁 상품을 내놓을 때는 훨씬 더 엄격한 기준으로 바라본다. 비교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게 추격하는 기업이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고,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 누리는 보이지 않는 혜택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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