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수능 점수 너머의 아이들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올해 수능 만점자, ○○에 사는 ○○○양. ○○○양은 자신의 공부 비법이 꾸준한 복습이라고 말하며, 만점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뿌듯하다며 웃었다. 수능 만점자는 사회가 인정한 빛나는 학생이자 미래의 인재가 될 소중한 재원이다. 그들은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며, 뭇 사람들의 환영과 축하가 그들에게 쏟아진다.
그들이 노력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 노력의 결과가 빛남 역시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 한쪽이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피치 못할 이유로 수능을 보지 못했을, 혹은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었을 청소년들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다. 우리 사회와 언론의 관심이 빛나는 성취를 향해 있는 동안 그 성취를 꿈꿀 수조차 없었던 이들에게는 충분한 관심이 주어지고 있을까.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2023)는 강지나 작가가 빈곤 대물림에 대한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만나게 된 청소년들의 삶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그들의 학업은 난관과 극복의 연속이다. 아버지의 회사에 부도가 나고 어머니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집을 나간 뒤에도 죽으라고 공부해 3등급까지 올린 청년이 있다.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고등학교에서 전교 6등을 했지만 대학등록금이 없다는 생각에 공부에 슬럼프를 겪은 청년도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부모의 결사반대로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한 청년도 있다.
이들은 각자의 삶을 책임지고자 애썼고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수능이 아무리 전국 고등학생 줄세우기 대회로 여겨진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노력과 빛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그들의 가능성과 미래를 반영한다고 믿을 수도 없는 일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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