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층간소음 기준…공사비도 덩달아 오른다
앞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는 정부가 정한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공공주택은 층간소음 1등급 기준에 맞춰 설계된다. 건설업계에선 “고강도 대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의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1년 4개월 만에 층간소음 대책을 다시 꺼낸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다 지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층간소음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인데, 검사 결과가 기준에 못 미쳐도 건설사에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강제가 아닌 ‘권고’만 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더는 소음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이 공급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층간소음 기준 ‘49데시벨(㏈) 이하’를 충족하지 못한 신축 아파트는 준공 승인을 해주지 않기로 했다. 49㏈은 조용한 사무실 수준의 소음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임팩트볼(고무공)을 1m 높이에서 바닥에 떨어뜨려 아랫집에 전해지는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검사한다. 준공 승인은 시·군·구청이 아파트 공사가 끝났다는 것을 승인하는 최종 행정 절차다. 준공 승인이 나지 않으면 입주할 수 없고, 그에 따른 금융 비용은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건설사가 소음 기준을 맞출 때까지 보완 시공을 하지 않는 한 입주가 불가능해진다.
공사 중간(준공 8~15개월 전)에도 층간소음을 측정할 계획이다. 지금은 전체 가구의 2%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검사했지만, 표본을 5%로 늘린다. 또 현재는 소음 기준에 미달했을 경우 건설사가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앞으로 장기 입주 지연 등 입주자 피해가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허용하기로 했다. 건설사가 손해배상을 할 땐 임차인과 예비 매수자 보호를 위해 아파트 정보를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다만 ‘준공 승인 불허’ 등은 주택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실제 시행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앞서 정부는 저소득층에 무이자로 소음저감 매트 설치·시공 비용을 최대 300만원까지 빌려주는 방안을 내놨지만, 입주자가 자기 돈을 들여야 하는 탓에 이용 실적이 저조했다. 정부는 자녀가 있는 저소득 가구에는 방음 매트 시공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예산 일정을 고려해 2025년부터 시행할 수 있다.
아울러 LH가 짓는 공공주택은 층간소음 1등급 기준(37㏈ 이하)을 적용해 공급한다. 바닥 슬래브 두께를 기존 21㎝에서 25㎝로 4㎝ 상향하고, 고성능 완충재를 써서 층간소음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진 3·4등급을 적용해 설계됐다. 내년에 시범단지를 거쳐 2025년 모든 공공주택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정부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층간소음 기준이 강화되는 건 아니지만, ‘준공 불허’ 같은 처벌 규정이 새로 생기는 셈이어서다. 공사비 증가도 불가피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담스럽다”며 “정부 기준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입주 지연이 되고,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임원은 “중견·소형 건설사는 층간소음 기준을 맞추려고 좋은 보강재를 쓰거나 기술을 개발하려다 ‘악’ 소리 날 것”이라며 “추후 입주 지연 사태로 건설사와 입주자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칙 준수를 강제하는 것이니,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조치일 수 있다”며 “다만 공공주택의 경우 기존보다 품질 기준을 높이는 만큼 공사비, 분양가 증가로 연결될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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