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 움직인 것”…동원·하림, HMM 인수 막판 신경전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선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매각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인수 후보인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계약 조건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벌이면서다.
동원그룹이 절차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지난 8일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등에 입찰 절차에 대해 항의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경쟁 후보인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 측이 산은 등에 1조6800억원 규모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 동안 유예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문제 삼았다.
동원 측은 “이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공정성이 훼손된다”며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이와 관련해 “입찰자의 제안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 바 없다”고 부정하며, 영구채 유예 방안에 대한 긍정적 검토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계약 초안에 배당 규모를 연 5000억원씩 3년간 1조5000억원으로 제한, 5년 이내 주주 변동 제한 등의 조건을 제시했으며 동원 측은 큰 틀에서 이를 수용했지만 하림 측은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최종입찰 안내서에 명시된 매각 대상 주식 수는 3억9879만 주, 지분율은 38.9%였다. 영구 전환사채(CB)와 영구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 HMM의 지분율은 57.9%지만 주식 전환이 이뤄지면 지분율이 38.9%로 낮아진다.
하림 측의 요청대로 주식 전환을 3년 동안 유예하면 HMM 지분율이 57.9%로 유지돼 인수 기업은 연간 2895억원 상당의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지분율이 38.9%일 때 배당금은 연간 1945억원이라 3년 치 차액을 더하면 3년 동안 2850억원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사실상 매각가격을 깎아주는 셈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동원 측은 “영구채를 주식 전환했을 때 HMM의 잠재적 발행 주식 총수인 약 10억 주를 기준으로 인수 금액을 제시하라고 했다”며 “매각 측이 유예 조건을 걸었다면 입찰 가격을 더 높게 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림 컨소시엄이 동원보다 입찰가격을 높게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유예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전제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라며 “이는 축구 경기에서 골대가 움직이는 격”이라고 말했다. 하림 측은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건이라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3일 HMM 매각 본입찰에는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한 하림·JKL 컨소시엄, 동원로엑스를 앞세운 동원그룹이 참여했다. 산업은행이 연내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결과가 지난달 말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발표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상태다. 일부에선 유찰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공정성 시비로 인수 기업의 재무 여력에 다시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산업은행과 해진공 간에도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투자비 회수와 재투자 등 투자 선순환을, 해진공은 해운산업 경쟁력을 주안점으로 삼는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연내 매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HMM 노조는 매각 과정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거래 규모가 큰 데다 영구채 전환 등 분명하게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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