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재용·최태원 찾는다, 매출 30조 ‘수퍼을’ ASML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업계 ‘수퍼을(乙)’로 불리는 장비 기업 ASML을 방문한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 2위 기업의 총수가 ‘반도체 장비 강국’ 네덜란드를 찾는 만큼 양국의 협력 확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 일행은 12일(현지시간, 한국시간 13일 새벽) 오후 네덜란드 남동부 벨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페터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하고 클린룸을 둘러볼 예정이다. 클린룸은 ‘먼지 한 톨’도 허용되지 않는 청정 공간이자 출입통제 구역이다. ASML이 ‘심장을 열어보이는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한국-네덜란드 협력관계의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ASML은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 기업이다. 반도체 제조 과정엔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이 있는데, 초미세 반도체 생산 비용의 3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패턴이 미세화할수록 생산 효율과 성능이 높아져 핵심 기술로 분류되며 심자외선(DUV)과 EUV 방식이 주로 쓰인다.
EUV는 첨단 반도체의 상징 기술이다.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선폭을 가진 반도체 제조엔 EUV 장비가 필수적이다. 대당 2000억원이 넘는데 출하 가능한 장비 수가 연 40~50대 수준이라 품귀현상을 빚기도 한다. 미국이 대(對)중국 수출 제한 대상에 ASML 장비를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ASML은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미국 AMAT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은 212억 유로(약 30조200억원), 올 3분기에는 67억 유로(약 9조4900억원)를 기록했다.
테크인사이츠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은 올해 1110억 달러(약 146조원)에서 2027년 1880억 달러(약 247조35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는데, 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척박한 국내 반도체 장비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네덜란드엔 세계 최고의 원자층증착(ALD) 장비 업체인 ASM, 차량용 반도체 세계 선두주자인 NXP 등도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선 1~4위 업체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톱10 기업 중 한국 업체는 한 곳도 없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장비는 세계적으로 최고 설비만 살아남을 수 있는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라며 “이번 윤 대통령의 ASML 방문은 국가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2020년 10월, 지난해 6월에 이어 이번에 다시 ASML을 찾았다. ASML과 삼성전자의 관계도 끈끈하다. 삼성전자는 2012년 ASML의 지분 3%를 7000억원에 매입한 뒤, 일부를 매각해 현재 0.4%(158만407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프랑스에서의 2030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 이후 일본·미국·독일을 거쳐 네덜란드로 ‘마라톤 출장’을 이어갔다. 회사 측은 “반도체·AI·미래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현·현일훈·이소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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