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대표하는 막걸리 골목…간판불 꺼지고 ‘썰렁’ 해졌다

지난 6일 오후 9시쯤 전북 전주시 삼천동. 전주 지역 대표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삼천동 막걸리 골목’은 한산했다. 한창 술손님으로 북적여야 할 시간인데도 거리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손님이 드물어 아예 간판불을 끈 가게도 적지 않았다. 전주 막걸릿집은 750㎖ 막걸리 3병이 들어가는 한 주전자를 시키면 전을 비롯해 두부김치·게장 등 10가지 넘는 안주가 나오는 게 특징이다. 집집마다 안주 구성·가격이 다르지만, 각 안주는 단품 요리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유명해졌다.
일식집 주방장 출신 이모(62)씨 부부는 8년째 이 골목에서 막걸릿집을 운영 중이다. 가게에 들어가니 벽·천장이 온통 낙서투성이였다. “순천 미인 다녀갑니다” “이 맛을 기억하리오” 등 손님들이 남긴 추억의 흔적이 빼곡했다. 이씨는 “우리 집 특별 메뉴는 광어회”라며 “식재료는 시장·마트 등에서 사오고 계절 따라 안주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부인 고모(58·여)씨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엔 가게 밖까지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며 “요즘은 경기가 어렵고 물가도 올라 공치는 날이 태반”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앞서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지난 5일 열린 본회의에서 시정 질문을 통해 “2010년대 중반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 브랜드가 한옥마을과 전주 막걸리였지만, 현재 전주 막걸리를 대표하는 삼천동 막걸리 골목은 점점 잊혀 가는 존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삼천동 막걸리 골목에 있는 막걸릿집은 2017년 10월 21개에서 현재 13개까지 줄었다.
한 의원은 막걸리 골목 쇠퇴 원인으로 ‘지나친 관광 상품화에 따른 가격 상승’을 꼽았다. “비싼 가격 탓에 시민이 외면하고 관광객도 일회성 방문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가격만 비싸고 안주 퀄리티가 기대에 못 미친다” “반찬이 너무 많아 절반 이상을 버린다” 등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칫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상차림’이란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 “10년 전 가격(기본 한 상 1만5000원)과 비교하면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날 다른 막걸릿집엔 손님 10여 명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인천에서 온 직장인 권모(36·여)씨는 전주 지인 김모(32·여)씨와 막걸리 두 주전자에 커플상을 먹고 6만1000원을 결제했다. 권씨는 “다른 데서 이 정도 먹었으면 10만원이 넘는다”며 “맛있고 안주 구성도 좋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씨는 “코스마다 안주가 뭐가 나오는지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못 먹는 안주는 미리 빼달라고 하고 선호하는 안주는 추가하는 식으로 음식 버리는 걸 막자는 취지다.
‘삼천동 막걸리 골목’ 상인들도 막걸리 본고장으로서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상인회 임시회장을 맡은 ‘용진집’ 대표 김호재(49)씨는 “막걸리 골목 고객의 90%는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과 외국인”이라며 “막걸릿집 대부분은 친절하고, 맛과 위생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전주 한옥마을 관광 안내 책자에 ‘삼천동 막걸리 골목’ 소개 ▶시 주관 홍보 플랫폼(SNS·홈페이지) 구축 ▶주차 공간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혜숙 전주시 사회경제과장은 “더 많은 관광객이 전주 막걸리를 즐길 수 있도록 축제 개최 등 종합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상인 공동체 의견을 모으겠다”고 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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