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제원 "불출마 오래전 각오…尹정부 위해 다 내 놓을 것"
국민의힘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11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마지막까지도 내놓겠다”며 내년 4·10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친윤계 주류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총대를 멘 것이다.
장 의원은 이날 오후 8시 20분쯤 페이스북에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며 선친인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찾은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아버지의 눈물의 기도가 제가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는 힘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며 “보고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적었다. 사실상의 불출마 선언이다. 장 의원도 “내 마음을 밝힐 때가 된 것 같아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장 전 부의장의 묘비명인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라는 성경 구절도 함께 올렸다.
이후 장 의원은 결단 시점을 묻는 기자 질문에 “불출마는 오래전부터 각오하고 있었다”며 “윤 정부의 성공만큼 절박한게 어디 있나. 내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까지 내 놓을 것”이라며 희생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오랫동안 지지해주신 부산 사상 지역 주민들께 죄송한 마음 뿐”이라며 “진솔하게 양해를 구하면서 좀 휴식기를 갖고 싶다”고 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지난달 3일 혁신위가 요구한 ‘지도부·중진·친윤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에 응하는 의원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혁신위는 지난 8일 조기 종료를 결정하고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혁신안 종합 보고를 하고 해체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 끌기용 ‘꼼수 혁신위’였냐”는 당 안팎의 비판이 이어졌고 전날에 이어 이날 김 대표를 옹호하는 주류와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 간의 내홍이 극에 달하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가장 먼저 사실상 불출마 카드를 던지며 여권에선 “혁신위가 요구한 주류 희생이 현실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당장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통해 당권을 잡은 김기현 대표의 불출마 선언도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김 대표 측은 “험지 출마나 불출마와 같은 희생을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다. 정기국회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결단을 할 수는 없다”며 희생 결단은 타이밍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래서 당초 정기국회 이후 내년 1월에 김 대표가 희생 카드를 던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먼저 결단하면서 조만간 출범할 국민의힘 총선 공천관리위원회에 앞서 김 대표도 결단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른바 ‘질서 있는 희생’이다. 게다가 김 대표는 12일 오후 윤재옥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 이만희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모두 참석하는 서울 구룡마을 연탄나눔 봉사 활동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김 대표도 이르면 12일 불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왔다. 지도부 관계자는 “불출마를 선언해도 공관위를 띄운 뒤 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당 상황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며 “장제원 의원이 방아쇠를 당긴 이상 김 대표도 함께 움직이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당내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순방 전에 김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불러 오찬을 함께했지 않느냐”며 “김 대표는 불출마 선언 뒤 공관위를 띄우고 자연스럽게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두 사람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혁신은 50% 성공했다”는 인 위원장의 표현을 거론하며 “당과 협력하면 혁신이 100% 완성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여권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주류의 희생이 나머지 50%인 셈이다.
다만, 당분간 김 대표가 장고를 거듭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결단을 하더라도 당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 인사도 “장 의원이 불출마 시사를 했다고 해서 김 대표가 맞춰서 불출마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대선 때 윤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전당대회 과정에선 ‘김장 연대’를 통해 친윤 주류 의원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지지율 한 자리수였던 김 대표를 당선시켰다. 그러나 최근 혁신위가 공개적으로 불출마 압박을 가해오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버스 92대를 동원해 4200여명의 지지자를 모아 세를 과시하기도 했지만, 결국 당을 위해 희생을 결단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역구에서 가졌던 지지자 모임도 그동안 지지를 보내준 지역민에 대한 예를 갖추려는 메시지였을 것”이라며 “결국 장 의원이 친윤 희생의 물꼬를 텄다”고 말했다.
김다영·김기정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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