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앞에 선 '은둔의 경영자' 김범수 "카카오 이름도 바꿀 각오" | 팩플

윤상언 입력 2023. 12. 11. 18:06 수정 2023. 12. 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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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오프라인·사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열린 임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라는 회사의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11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 사옥에서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 참석해 “배의 용골(龍骨·배의 중심축)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창업자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카카오의 사업 개편 방향을 공유한 뒤, 20개 가량의 임직원 질문에 직접 답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는 임직원 2200여명(온라인 참석 1800여명 포함)이 자리했다. 김 창업자가 직원들과 직접 마주한 건 2021년 2월 창사 10주년 기념 간담회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김 창업자는 이날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라며 “그동안 우리는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카카오)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이른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물러나 있던 김 창업자가 직접 나서서 내홍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압박이 커지는 와중에, 그가 내부 쇄신 책임자로 선임한 ‘30년 지기’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은 지난달 말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카카오 내부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더 키웠다.
김 창업자의 경영 방식에 대한 회사 안팎의 비판도 거세진 상황이었다. 본사와 계열사 대표에 자신과 인연이 있는 인물을 기용하는 이른바 ‘브러더(brother·형제) 경영’이 카카오 문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김 창업자가 발탁한 인재와 지인들에게 핵심 계열사를 맡겨 빠르게 성장시켰지만, 기업 규모에 비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창업자는 이날 회사의 모든 것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쇄신 의지를 강조했다.
차준홍 기자


“회사 이름도 바꿀 수 있다”는 카카오, 뭘 바꾸나


이날 간담회에서 김 창업자는 사업, 조직구조, 사내 문화 등을 가리지 않고 모두 바꿀 수 있다고 선언했다. 당장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가 진행하는 사업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창업자는 기존 ‘계열사 자율경영’ 기조를 고집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동안 카카오는 본사가 계열사의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는데, 일각에선 계열사의 도덕적 해이까지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창업자는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계열사 임직원에게 자율적으로 부여한)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카오스러움’으로 통하던 기업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날 그는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경영쇄신위원회는


김 창업자가 직접 나서서 ‘전면 쇄신’과 ‘사업 재검토’를 언급한 만큼, 김 창업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영쇄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쇄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에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30명이 참여해 사업 개편과 변화의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계열사 정리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연말까지 계열사 30~40개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난해 3월말 138개였던 카카오의 계열사는 올해 상반기 146개로 오히려 더 늘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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