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공장에 새로운 삶을, 부산 F1963
인간의 생로병사와 같이 건축물도 탄생과 죽음이 있다. 낡고 불필요한 건물을 철거한 뒤 새 건물을 건설하며 도시는 변해 간다. 그러나 죽으면 사라지는 인체와 달리 낡은 뼈대에 새 살을 붙여 새로운 삶을 얻는 ‘재생 건축’은 의미가 크다.
부산의 F1963은 1963년에 세워져 2008년까지 철강 와이어를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일대는 이미 밀집된 고층 아파트 지역이 되어 이 땅도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것이 경제적 순리였다. 그러나 이 공장은 철거 대신 재생의 길을 택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소유주인 고려제강의 본사는 이 땅 뒤편 언덕에 건재하다. 기업의 고향인 이 터에 대한 애착과 문화예술에 대한 애호가 재생을 결정한 이유라 한다.
옛 건물의 보와 기둥, 지붕틀 등 구조는 그대로 남기고 철골과 철망, 철판, 와이어 등을 덧붙여 제강공장의 기억을 새롭게 되살렸다. 주 공장은 전시와 공연을 겸하는 예술홀로, 크레인이 있던 높은 층고의 창고는 도서관인 지혜의 북 타워로, 부속건물은 유리온실로 탈바꿈했다. 공장의 일부를 헐어 조성한 중앙광장은 주변에 카페와 중고서점·음식점을 유치해 부산의 가장 핫한 명소가 되었다. 생산에 쓰던 발전기와 와이어 롤 등은 고스란히 카페의 인테리어 오브제로 활용되었다.
강철 와이어는 타이어부터 현수교까지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공장 한편에 신축한 현대모터스튜디오는 기둥들을 일렬로 세우고 와이어로프를 걸어 전체를 들어 올린 현수 공법의 건물이다. 건축가 최욱의 작품으로 와이어 기업의 이미지를 구조로 구현했다. 본사 건물에 있는 고려제강기념관도 와이어를 활용한 전시공간이다. 본사와 공장 전체 리노베이션은 건축가 조병수의 작업이다. 재료의 선택과 디테일, 공간의 구성과 활용까지 재생 건축의 모범을 완성했다. 공업적 이미지와 대조적으로 대나무 숲속의 깊은 진입로와 세련된 조경의 정원이 자연의 아늑함까지 더해주니 금상첨화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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