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1평만 있어도 아파트 받는다?…재건축 ‘상가 쪼개기’ 금지
지난 6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조합이 구청에 낸 설계안에 따르면 이 단지는 상가 토지(1494㎡) 중 절반인 747㎡를 45명이 공유하고 있는데, 이 중엔 상가 지분 2.94㎡(약 0.89평)를 보유한 이도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 ‘대우마리나 1차’ 아파트 지하상가 1개 호실(1109㎡)은 전용 9.02㎡(약 2.7평)짜리 123개로 쪼개져 있다.
내년부터 이런 식의 ‘상가 지분 쪼개기’가 금지될 전망이다. 상가 지분을 여럿이 나눠 가져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려는 꼼수가 차단되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 쪼개진 상가 지분을 사들인 경우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기존 집의 감정평가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것)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권리산정 기준일은 재건축·재개발 때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시점으로, 정비구역 지정 고시일이나 시·도지사가 정한 날짜로 규정한다.
개정안에는 시·도지사의 권리산정 기준일 지정 시점을 ‘기본계획 수립 후’에서 ‘주민 공람 공고일 후’로 3개월 이상 앞당기는 내용도 담겼다. 재건축이 ‘기본계획(주민 공람 및 수립)→안전진단→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조합 설립→사업시행인가’ 등 단계를 거치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이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상가 쪼개기’를 차단하는 셈이다.
시·도지사가 내리는 ‘행위허가 제한’ 대상에 상가 지분 분할을 추가한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된다. 행위허가 제한은 기본계획을 공람 중인 정비예정구역 등에 적용할 수 있다. 행위 제한이 고시되는 지역에선 상가 지분 분할 때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가 쪼개기’는 재건축 사업에서 해묵은 문제다. 상가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재건축 후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정관에 명시하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현행법도 주택·토지의 지분 쪼개기만 규제할 뿐, 상가 분할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렇다 보니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 내 상가를 쪼개 아파트 분양 자격을 얻는 일이 횡행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건축 초기 단계인 전국 아파트에서 지분이 쪼개진 상가는 2020년 12건에서 지난해 77건(6.4배)으로 늘었다. 특히 서울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은 2020년 41개였던 상가가 지난 9월 118개로 증가했다. 조합원 수가 2.9배 늘어난 셈이다. 개정안은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달 중 본회의를 거쳐 내년 초 시행될 예정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재건축 사업의 주요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상가 쪼개기가 제한되면 아파트 소유자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사라지고,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없어 사업성도 개선된다”고 말했다.
다만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앞으로 상가 쪼개기가 줄겠지만, 이미 지분 분할로 조합의 추가분담금이 뛰는 등 사업성이 망가진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권리산정일을 앞당겨도 상가 쪼개기는 그 전에 발생할 수 있다”며 “분할 후 과소필지 소유자에게는 주택을 분양하지 못하게 하거나, 제약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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