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쥐고 협상→‘7억 달러의 사나이’ 등극...오타니 스타일로 해낸 역대 최고 계약
안희수 2023. 12. 10. 19:50
메이저리그(MLB) 투·타 겸업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가 '7억 달러(9240억원)의 사나이'가 됐다. 세기의 계약으로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는다.
오타니는 10일(한국시간)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나는 다음 소속 팀으로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직접 밝혔다. 이후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들은 일제히 오타니의 다저스행을 보도했다. 기간 10년, 총액 7억원이라는 전대미문 계약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이는 MLB 역대 최고 규모 계약이다. 종전 기록은 2019년 3월, MLB 대표 타자 마이크 트라웃이 LA 에인절스와의 연장 계약에 합의하며 세운 4억2650만 달러(기간 12년·한화 5630억원)였다. 오타니는 5억 달러 계약도 없었던 MLB에서 단번에 7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오타니는 141년 MLB 역사에서도 역대급 재능을 보여준 선수로 꼽힌다. 일본 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으로 뛴 5시즌(2013~2017)시즌 동안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마치 만화 캐릭터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오타니는 MLB에 진출한 첫 시즌(2018)부터 투수로 4승·평균자책점 3.31, 타자로 타율 0.285·22홈런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AL) 신인왕에 올랐다. 2021시즌에는 투수로 9승·평균자책점 3.31, 타자로 타율 0.257·46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며 만장일치로 AL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2023시즌도 투수로 10승·평균자책점 3.14, 타자로 타율 0.304·44홈런·95타점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만장일치로 MVP로 뽑혔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둔 오타니의 거취와 계약 규모를 두고, 2023시즌 내내 전망이 쏟아졌다. 특히 다저스는 이전부터 오타니의 유력한 행선지로 꼽혔다. MLB 데뷔 뒤 한 번도 포스트시즌(PS)에 나서지 못했던 오타니의 우승에 대한 갈망을 이뤄줄 만큼 전력이 강하고, 자금력도 탄탄하다.
실제 오타니 영입전은 예상된 결말대로 나왔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뻔하지 않았다. 오타니의 최종 선택은 스토브리그 내내 예측불허였다. 오타니의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는 '비밀 협상' 방침을 내세우고, 팀 관계자와 에이전트 사이 접촉 사실과 대화 내용이 알려지지 않도록 단속했다.
이런 '신비주의'로 인해 추측성 보도만 쏟아졌다. 협상 대상·시점·계약 규모에 대한 오타니와 에이전트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이어졌다. 지난 6일에는 미국 테네시주 네슈빌에서 열린 MLB 윈터미팅 현장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우리(다저스)는 오타니와 만났다"라고 인정한 인터뷰가 화제를 모았다. 로버츠 감독이 협상 관련 내용 발설을 하지 말아 달라는 발레로의 경고성 당부를 위반한 게 계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MLB 계약 소식에 밝은 존 모로시 MLB네트워크 기자는 지난 9일 개인 SNS에 오타니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계약을 확신하는 글을 올렸다가 "잘못된 정보가 포함된 내용을 보도했다"라며 정정하기도 했다. 오타니의 토론토행 전망에 야구팬들은 항공기 추적 시스템을 활용해 그의 행보를 주시하기도 했다. 우연하게도 오타니가 거주 중인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존웨인 공항에서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으로 향한 전세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 비행기에 탑승한 건 오타니가 아닌 캐나다 사업가였다.
오타니는 MLB 진출을 타진하던 2017년 11월, MLB 30개 팀에 '오타니의 투·타 능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타니가 이 팀에서 행복할 수 있는 이유' 등 몇 가지 문항에 대한 답을 요구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총 7개 팀과 면접은 진행했고, 결국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팀과 선수의 입장이 바뀐 모양새였다. 그로부터 6년 동안 오타니는 자신의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렸고, 이번에도 주도권을 갖고 협상을 끌고 갔다.
오타니의 다저스 입단은 국내 야구팬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7월, MLB 사무국이 월드투어 일환으로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024시즌 개막전을 2024년 3월 20~21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타니의 다저스 공식 데뷔전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이 될 예정이다. 오타니는 지난 9월 받은 팔꿈치 수술 탓에 마운드에는 설 수 없다. 지명타자로 나서 샌디에이고 소속 김하성과 맞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오타니는 다저스와의 새출발을 앞두고 “선수 생활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다저스뿐만 아니라 야구계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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