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압승 두 달…오만과 막말로 번 점수 다 까먹은 민주당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지 두 달 만에 더불어민주당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성급하고 근거없는 총선 압승론에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막말 파문까지 겹치면서 총선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모멘텀을 스스로 걷어찼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도층을 향한 확장 노력은커녕 '이재명 대표 중심의 선거'를 위해 강성 지지층에 자신들을 가두는 악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선 승리에 도취한 듯한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은 끝이 없다. 당 상임고문인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6일 세종시당 행사에서 내년 총선 전망과 관련해 “민주당이 1당을 빼앗길 것 같지는 않다”며 “과반이냐 아니면 지난번 총선처럼 180석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번에 수도권에서 103개를 먹었는데 이 중 50∼60개만 먹어도 (수도권 외에 84석을 합하면) 140석이 되고 70개를 먹으면 154석이 되는 것”이라고 계산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서 70개만 먹어도 제가 보기에는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이 전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떠올리며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무리 총선이 정권 심판론으로 치러진다고 하지만 현재 168석으로 입법부를 좌지우지 했던 민주당으로선 '거야의 오만 프레임' 역시 강하게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에 앞서 정동영 상임고문도 지난달 1일 KBC광주방송에 출연해 “수도권 120 몇 개 의석을 석권하면 200석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고, 이탄희 민주당 의원도 같은날 MBC 라디오에서 “우리 당 최대 목표는 국민의힘을 100석 이하로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석’ 발언에 화들짝 놀란 이재명 대표가 “항상 주권자인 국민을 두려워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내부에 혹여라도 있을 오만함을 경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낮은 자세’를 주문했지만 민주당의 속 마음은 이미 들통이 난 뒤 였다.
민주당 강경파의 ‘막말 리스크’도 어김없이 불거졌다. "동물 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것은 잘 없다”는 최강욱 전 의원의 발언은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 직후의 기강 해이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였다. 당 지도부가 허겁지겁 ‘당원 자격 6개월 정지’란 비상징계를 내렸지만 "(국민의힘이 지난해 4월 검수완박법에 대한) 합의를 파기했을 때 발목때기를 분질러 놔야 됐다”(지난달 21일 민형배 의원)는 막말을 막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앞서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등의 현수막을 게재하라고 한 사실이 알려져 '청년 비하'논란으로 번진 것 역시 오만한 거야의 현주소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말로는 민생을 외쳤지만, 남은 건 이재명 독주 프레임과 설화 뿐"이라고 자조했다.
당 내부적으론 ‘이재명 사당화’의 패달만 돌고 있다. 지난 7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내년 8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소위 '개딸'들이 장악한 권리당원의 투표권을 강화하고, 내년 총선 때 현역의원 하위 평가자에 대한 감점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비명계계에선 “전당대회 룰은 총선 뒤 전대준비위가 꾸려져도 된다. 마음 급한 이 대표의 이재명 체제 굳히기 시도"라고 반발했다.
◇"개딸이라 부르지 말라"=하늘을 찌르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를 꺼리게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욕설 문자 폭탄^'치매' 표현을 담은 대자보 부착^의원 자택 부근 막말 시위^살해 협박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랬던 이들이 이번엔 "'개딸'이란 용어를 더이상 쓰지 못하도록 민주당이 언론사에 정정보도 청구를 해달라" 는 청원까지 올렸다. 자신을 이 민주당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개설자인 ‘명튜브’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특정 지지층의 악의적 선동 및 프레임 공격에 반해 ‘개딸’이란 명칭을 공식 파기한다”며 “앞으로 민주당원 또는 민주당 지지자로 명명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의원들에게도 ‘개딸’ 명칭을 쓰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10일 오후 6시 기준 16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선 "이낙연 전 대표가 재등판으로 '개딸'들의 폭거가 부각되니 서둘러 나선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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