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감 덜어내고, ‘힐링’ 더한 박은빈의 ‘무인도의 디바’ [D:인터뷰]

장수정 2023. 12. 10. 14: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목하가 란주에게 한 말들에 위로 받았다…
란주처럼 힘들 때 ‘목하라면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 같다’는 생각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를 연기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박은빈이 이번에는 싱어송라이터 서목하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박은빈 ‘도전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가수 지망생 역할을 맡아 노래까지 직접 소화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섬세한 감정 연기부터 프로 가수로도 손색없는 노래 실력까지. 이번에도 ‘믿고 보는’ 배우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박은빈이다.

박은빈은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의 디바 도전기 다룬 tvN ‘무인도의 디바’에서 주인공 서목하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만났다. 우연한 사고로 무인도에 낙오된 이후, 세상 밖으로 나와 가수의 꿈을 이뤄나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나무엑터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흥행에 성공한 이후 박은빈의 차기작을 향한 관심이 쏟아졌지만, 박은빈은 오히려 부담감을 덜어내고 편안한 이야기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어 만족했다.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진 않는다. 그런 부차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본질을 잃어버릴 것 같다. 그 당시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때 충실할 수 있는 작품들을 찾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한참 촬영할 때 제안을 받았었다. 한참 우영우로 살 때 이 제목이 눈에 띄었다. 제목이 흥미로웠다. 무엇을 다루는 내용일지 궁금했다. 드론을 발견하는 목하의 모습을 보고 영상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다. ‘말이 돼? 혼자 무인도에서?’ 이런 생각을 했지만, 드라마가 실현 가능한 것만 보여주는 건 아니지 않나. 어차피 판타지로 들어갈 거면 생존이 아닌, 동화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했다.”

어렵지 않게 ‘무인도의 디바’를 선택했지만, 도합 31년간 섬에서 지냈기 때문에 사투리를 쓰고, 학창 시절 윤란주의 팬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니 노래 실력도 수준급인 목하의 서사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서목하의 ‘디바 도전기’를 다루는 만큼, 직접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많았다. 가수 알리아, 서목하의 곡을 써 준 프로듀서 등 전문가에게 집중적으로 레슨을 받으면서 프로 가수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득음을 했는지 궁금해하시더라.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고자 캘린더를 보며 세봤다. 1월 중순부터 레슨을 하루에 3시간씩 6개월 동안 43번을 받았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집중적으로 받았는데, 촬영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빈도수가 떨어졌다. 7월 말부터 본격적인 녹음이 시작됐었다. 녹음 장소에서 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 그때 ‘음악이라는 건 이렇게 표현을 해야 전달이 되는구나’를 느꼈다. 지름길로 갈고닦아 주셨다. 전문가분들의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를 최대한 빨리 흡수하려고 노력을 했다.”

ⓒ나무엑터스

이 과정에서 박은빈의 뛰어난 노래 실력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OST 9곡을 모두 직접 부르며 감탄을 자아낸 것은 물론, 해당 곡들이 고루 사랑을 받으며 반년 만에 ‘가수 박은빈’의 가능성까지 보여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은빈도 의견을 내는 등 적극적으로 과정에 참여하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서목하의 음악을 완성해 나갔다.

“우선 ‘그날 밤’ 3단 고음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다. 작곡가님들도 내가 어디까지 해낼지 모르니까 소극적으로 작곡을 하셨었다. 어쿠스틱 버전, 콘테스트 버전 느낌이 달라야 했고, 또 서목하가 과거의 란주를 이겨야 하는 설정도 있었다. 뭔가 포인트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작곡가 분들께 들려줬다. 그러면서 3단 고음이 시도가 됐는데, 녹음할 때 후회했다. ‘이게 과연 듣기 좋은 소리일까’ 싶더라. 고음이 다는 아니지만 고음이 주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 말씀드리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서목하가 가수로서 두각을 드러내기 전 서목하의 서사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고통을 받다가 무인도에 표류까지 하게 되는 서목하의 어두운 과거사를 납득 가능하게 연기해 내는 것도 필요했던 것이다. 아역배우가 서목하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지만, 그럼에도 서목하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은 필수였다.

ⓒ나무엑터스

“목하가 처음에 기사로도 그렇고 ‘초긍정, 강철멘탈’ 이런 방향으로 소개가 됐는데 내가 느끼기엔 결코 밝지만은 않았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밝을 수가 있겠나. 그림자가 있기 때문에 밝음을 내비칠 수 있는 사람일 것 같더라. 본인의 어두운 면을 딛고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그림자에 있는 사람들을 끄집어내 줄 수 있는 저력이 있는 인물인 것 같다. 무인도에서 그게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여겼다. 무인도에서의 삶이 목하의 꿈을 유예했지만 정체시키진 않았던 것 같다. 5분만 더, 50분만 더 살아보자고 했던 결심 자체가 포기가 용기가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 자체가 목하에게 큰 힘인 것 같다. 그런 삶이 지금의 목하를 있게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은빈 또한 이렇듯 단단한 서목하에게 위로를 받고, 또 배웠다. 아픔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성장하는 ‘무인도의 디바’의 따뜻한 메시지에 시청자들이 위로를 받은 것처럼 박은빈도 함께 응원을 받은 것이다. 특히 목하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박은빈에게 남은 여운도 컸다.

“목하가 란주에게 한 말들에 나도 위로를 받았다. 정말 진심을 다해 언니가 재기하기를 바라고, 힘을 내기를 바라는 응원의 말들이지 않나. 끝까지 언니의 편이 돼주겠다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하기도 하고. 그런 말들이 배우, 인간 박은빈에게도 필요한 말들일 때가 많았다. 저도 복잡할 때가 있는데, 목하는 삶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니 ‘그게 무슨 소용인가요’라고 단순화시키는 힘이 있다. 목하의 마음이 앞으로도 생각날 것 같다. 란주처럼 힘들 때 ‘목하라면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