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잊혀진 전쟁' 두려워하는 우크라…'티베트의 비극' 반복되나
나폴레옹 전쟁에 밀린 미영전쟁
6.25 전쟁 중 中 티베트 침공, 병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호소에도 미국 상원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부결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간 정쟁의 결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미국 안팎에서는 내년에 3년차에 접어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교전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칫 자국과 러시아간 교전이 아예 국제사회와 언론 매체에서 잊혀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요.
대중의 관심에서 크게 멀어진 전쟁은 특히 국제사회의 원조가 절실한 나라 입장에서는 국가 운명이 갈릴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죠. 이번 시간에는 점차 잊혀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과 함께 과거 열강들의 이해관계 속에 잊혀졌던 전쟁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美 우크라 지원안 통과 실패…젤렌스카 "우릴 죽게 내버려두는 것"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9일(현지시간)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이 상황에 지칠 수 없다. 왜냐하면 지친다면 우리는 죽기 때문"이라며 "만약 국제사회가 지친다면 우리를 죽게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앞서 미국 상원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이 부결된 것에 유감을 표하면서 나온 것이었는데요.
앞서 미 상원은 6일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1105억달러(약 145조원) 규모의 안보 패키지 예산안 처리를 위해 표결했으나 찬성 49표, 반대 51표로 부결됐습니다. 이 예산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 대만 등 인도·태평양 국가 지원, 국경관리 강화 관련 내용을 하나로 묶어 제출한 것인데 공화당의 반대로 부결된 것인데요.
공화당은 국경에서의 이민자 유입을 막는 강력한 조치가 선행돼야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합의할 수 있다는 당론에 따라 상원의원 50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죠.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와 별개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안보 지원을 비판하며 반대표를 던지면서 총 51표의 반대표가 나온 것입니다.
특히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대단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공화당과의 당쟁을 해결한다고 해도 민주당 입장에서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미국 내 주요 정재계에 포진된 유대인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교전에 우선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로비까지 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우크라이나 전쟁이 과거 역사 속의 무수히 많았던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역사(History)1 : 백악관 잿더미됐지만…나폴레옹 전쟁에 잊혀진 '미영전쟁'역사 속에서 흔히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진 것은 1812년부터 1815년까지 미국과 영국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였던 미영전쟁인데요. 당시 유럽에서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와 전 유럽이 벌이던 이른바 '나폴레옹 전쟁'과 대비되면서 전후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모두 잊혀진 전쟁이 됐는데요.
하지만 전쟁 자체의 내용은 3년간 매우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영국군은 미국의 수도였던 워싱턴DC를 불태워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이 전소됐었고, 미국은 전쟁 와중 영국령 캐나다의 심장부인 토론토를 함락시키는 등 양쪽 모두 극심한 피해를 입기도 한 전쟁이었습니다. 특히 워싱턴DC는 미국 건국 이래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적군의 손에 불탔던 아픈 역사를 남기기도 했죠.
전쟁 발발의 원인을 먼저 제공한 것은 영국 쪽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유럽에서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에 연전연패하며 병력부족이 심화되자 아메리카 식민지에서도 대규모 징집에 나섰는데요. 심지어 미국인 남성들까지 납치해 병력으로 끌고가는 만행을 저질렀죠. 미국 정부에서는 계속 항의했지만, 영국 정부는 당장 유럽상황이 급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요청을 묵살해버렸는데요.
미국 정계에서는 강경파들이 아예 영국령 캐나다를 기습공격하자는 주장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이에따라 미영전쟁이 발발하게 됐습니다. 전쟁 초반에는 미군이 캐나다 본토로 진격해 토론토를 함락시키며 기세를 올렸지만, 곧바로 영국군이 반격에 나서면서 오히려 미군이 크게 불리하게 됐는데요.
영국군은 압도적인 해군력을 이용해 후방의 방비가 약했던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를 기습공격했고 미국은 일시적으로 워싱턴DC를 빼앗기게 됐습니다. 이 와중에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이 모두 불타버리는 큰 피해를 입었죠.
하지만 영국도 1814년 나폴레옹 전쟁이 마무리되가는 와중에 계속 아메리카에서 전쟁을 이끌 여력이 없었고, 결국 1814년 12월, 미국과 종전협상을 통해 '헨트조약(Treaty of Ghent)'을 체결하며 전쟁을 마무리짓습니다. 하지만 당시 통신 시설 등의 미비로 실제 전쟁이 1815년 2월에야 완전히 종식하게 됐죠.
이 헨트조약의 주된 내용은 모든 상황을 전쟁 이전으로 돌리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토변화나 양국간 지위, 관계 등에 변화를 일절 주지 않고 전쟁상황만 종료하자는 내용이었죠. 결국 양쪽 모두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전쟁으로 인식되면서 이후 유럽에서 신화가 돼버린 나폴레옹 전쟁에 밀려 완전히 잊혀지게 됐습니다.
◆역사(History)2 : 6.25 전쟁 와중 中 티베트 침공…美·英 등 서구도 묵인이러한 잊혀진 전쟁은 20세기에도 나타나게 되는데요. 바로 1950년 중공의 티베트 침공전이 대표적인 잊혀진 전쟁이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보통 1950년의 잊혀진 전쟁이라 하면 한국전쟁을 뜻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티베트 침공전은 6.25전쟁에 밀려 아예 국제사회에서까지 외면받은 전쟁이 됐죠.
1950년 10월 초 중공군은 6.25 전쟁 불법 개입을 2주 앞두고 티베트를 대대적으로 침공합니다. 이에 티베트는 곧바로 1950년 11월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유엔 안보리)에 중공군의 침략을 규탄하고, 유엔이 개입해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그러나 당시 모든 관심이 6.25 전쟁에 쏠려있던 유엔에서는 티베트 정부의 요청을 묵살하게 됩니다. 일단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던 중화민국에서도 티베트는 독립국가가 아닌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했고, 티베트가 유엔안보리에 보낸 문서 역시 티베트가 아닌 인도에서 발송됐다며 진위여부 파악이 안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요.
이로인해 유엔총회는 "티베트, 중국, 인도의 평화에 관한 문제를 유엔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아예 안보리 회의조차 열리지 않게 됐죠. 여기에는 특히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열강들의 이해관계 역시 작용했습니다. 한반도와 달리 티베트는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일단 6.25 전쟁 와중인 미국에서는 한반도에 이어 티베트에서도 중국과 교전을 벌일 경우, 중앙아시아 지역 안보에 관심이 많던 소련의 직접 참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합니다. 더이상 전선을 넓히고 싶지도 않았고, 그 지역에 특별한 이권이 놓였던 것도 아니었죠.
영국 역시 이미 인도가 독립해 해당 지역에 관심이 크게 떨어졌고, 반대로 영국령 홍콩을 지키는 것이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자 노력합니다. 한반도의 경우에는 완전히 공산화가 이뤄지면 일본에 이어 홍콩까지 완전히 공산권에 포위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었지만, 히말라야 산맥에 가로막힌 티베트는 그런 위험성도 적은 지역이란 판단이었죠.
이처럼 유엔과 열강의 외면을 받은 티베트는 불과 1년 만에 수도 라싸를 비롯해 전국이 중공군에 점령됐고, 오늘날 국제사회의 쟁점 중 하나인 티베트 문제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시사점(Implication) : 분쟁지역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비극…자주국방의 필요성이러한 잊혀진 전쟁의 역사들은 아무리 해당 지역에서는 사활이 걸린 전쟁이라 할지라도 국제사회와 열강들이 무관심을 갖게 되면 언제든지 잊혀진 전쟁이 될 수 있고, 이에따라 국가의 운명도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장기간 대외원조에 의존하며 전쟁을 치러야하는 상황에서 잊혀진 전쟁이 되는 것은 젤렌스카 여사의 말처럼 한 국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이 될 수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분쟁지역에 놓여있는 국가들 모두 언제든 똑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남의 도움없이도 자국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요. 자주국방을 이룩하는 일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이죠.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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