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보다 앞에 선 김주애…힘 실리는 '후계자설'
태영호 "후계자 임명 절차 마쳤을 수도"
조태용 "김주애 후계자 맞는지 따져보는 단계"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등장한 지 1년여가 된 가운데 그의 후계자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샛별 여장군'이란 칭호를 받으며 북한 내부적으로 우상화 작업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 데 이어 이번엔 부친인 김 위원장보다 앞에 서 주인공처럼 부각된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지난 1년여간 19차례에 걸쳐 북한 매체에 등장했다.
그의 첫 등장 당시만 해도 후계자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주요 근거는 성별과 나이다.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여성 지도자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고, 무엇보다 김주애가 아직 미성년자인 10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점차 김주애의 지위가 격상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첫 번째는 김주애의 위치 변화다. 지난 2월 조선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열병식 당시 김주애는 모친 리설주 및 간부들과 함께 주석단 귀빈석에 앉아 행사를 관람했다.
하지만 지난 9월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일 열병식에서는 부친인 김 위원장, 주요 군 지휘관들과 함께 주석단 특별석 정중앙에 위치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는 한쪽 무릎을 꿇은 박정천 노동당 군정지도부장이 김주애에게 귓속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 군 2인자인 박 군정지도부장이 보고하는 모습을 통해 김주애에 대한 예우가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항공절(11월29일) 시위 비행 참관 사진에서는 김주애가 주인공처럼 부각됐다. 그간 김주애는 김정은 옆이나 뒤에 있었지만, 이 사진에서 김주애는 부친인 김 위원장이 입은 것과 유사한 가죽 코트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사진 중앙에 서 있다. 북한 체제 특성상 지도자인 김정은이 뒤에 있는 사진을 공개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두 번째는 호칭 변화다. 지난해 첫 등장 당시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불리던 김주애는 이후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호칭이 격상됐다. 지난달 말에는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강연회에서 김주애가 '조선의 샛별 여장군'이라는 칭호로 불렸다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가 나왔다.
'조선의 샛별'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초기 혁명 활동을 선전할 때 사용되던 칭호다. 김 위원장도 후계자 임명 이전에 '김 대장', '한별' 등으로 불렸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은 4일 KBS '특집 1라디오 오늘'과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가 됐을 때는 광명성, 별 칭호를 줬다. 만일 김주애가 샛별 여장군이란 칭호를 받은 게 사실이라면 내부적으로는 김주애를 후계자로 임명하는 절차를 마쳤다고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김 위원장도 2009년 1월 제일 처음에 부여받은 지위가 김 대장이었다. 그때는 내부적으로 김정은을 후계자로 임명한다는 걸 다 해놓고 당 전원회에서 이를 공식화하는 일만 남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김주애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3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조금 석연치 않고 따져봐야 할 점들이 있기 때문에 100% 확신하는 건 맞지 않는다"면서도 "얼마 전까지는 '김주애가 후계자일까' 생각했다면 지금은 '김주애가 후계자일 것 같은데 맞느냐'를 따져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앞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 역시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6일 취임 100일을 계기로 기자단과 가진 차담회에서 "(주애가 북한 매체 보도상) 16번 나왔는데, 결국은 세습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해서 계속 데리고 나온다고 봐야 한다"며 "북한 정권을 유지할 성과, 정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김주애를 등장시켜서 세습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주민이나 엘리트들의 충성을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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