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막에 새우 양식장 만든다? 투자 전문가도 홀린 이 기술
내일 당신에게 100억을 준다면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지난 4일 서울대 기후테크센터가 주최한 ‘기후테크 전문가 포럼’에 모인 투자자들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차지은 인비저닝파트너스 상무는 “문제의 크기와 수익률이 오버랩(overlap, 겹치게) 되는 곳에 투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100억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는 혁신 기술이 성장할 수 있는 충분히 큰 시장이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투자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한 기후테크 분야 중 하나는 푸드테크(Food Tech)였다. 푸드테크는 식품 생산과 소비, 또는 작물 재배 과정에서 탄소를 감축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기후테크센터에 따르면, 분야별로 국내에서 투자를 유치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중에서 푸드테크 기업이 17곳으로 가장 많았다. 그만큼 푸드테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자연 모방 기술로 친환경 새우 양식…사우디까지 진출
전 세계 새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40조 원에 이르고, 5년 뒤에는 1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될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수요를 맞추려다 보니 동남아시아와 남미 등에서는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맹그로브숲을 파괴하고 있다. 이는 곧 바다의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AD수산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정 기능을 갖춘 바다의 미생물 생태계를 육상의 실내 양식장 수조에 그대로 모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항생제나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물 사용도 최소화했다. 또,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주요 수요 국가에 양식장을 건설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위에 건설 중인 대규모 스마트 새우 양식장이 준공을 앞두고 있고, 유럽 진출도 계획 중이다.
이두현 AD수산 대표는 “새우는 대부분 동남아나 남미에서 냉동 컨테이너를 통해 (전 세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운송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며 “우리가 가진 지속가능한 양식 기술로 유럽 등에 진출하면 직간접적으로 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장기 기술 활용해 마블링 살아있는 배양육 개발
티센바이오팜은 포스텍 출신 박사인 한원일 대표가 2021년에 세운 배양육 스타트업이다. 인공장기를 만드는 바이오 조직 공학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10㎏짜리 덩어리 배양육을 만들었다. 실제 육류처럼 고깃결과 마블링이 살아있는 덩어리육을 만들어낸 건 티센바이오팜이 처음이다. 한 대표는 “대부분의 글로벌 배양육 업체들은 치킨을 만들거나 소시지, 패티 같은 가공육을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여러 원천 기술을 통해 배양육의 산업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 종자 개발 등 푸드테크 영역 넓혀야”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푸드테크에 대한 투자를 더 활성화하고 식품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농식품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책임이 크다.
정수종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장(환경대학원 교수)은 “지금까지는 대체육이나 비건 식품이 푸드테크를 주로 대변해 왔다”며 “앞으로는 기후에 취약한 농수산물에 대한 대체 종자를 개발하거나 유통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배출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등 기후 적응이나 탄소 감축의 관점에서 푸드테크의 영역을 더 넓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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