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로 몰려드는 피란민… 28만명 도시에 125만명 집중될수도
가자지구 남쪽 끝에 위치한 국경 도시 라파로 피란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난민이 몰리며 가자지구 인구 220만명의 절반 이상이 라파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 전 라파의 인구 28만명이었다.
라파는 북부 가자시티에서 약 30㎞ 떨어져 있다. 이집트 북쪽과 연결된 국경 도시다.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통제 밖에 있는 유일한 외부와 연결된 통로가 되는 도시다. 인도주의 물품의 연결 통로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탈출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
현재 인구는 이미 전쟁 이전 28만명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전쟁 이후 가자시티 등 북부에서 내려온 피란민이 47만명으로 추산된다. 일시휴전 이후 지난 1일부터 전투를 재개한 이스라엘군이 칸유니스를 비롯한 가자지구 남부까지 진격해오면서 라파로 오는 피란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에게 칸유니스를 떠나 라파를 비롯한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스라엘군의 최근 대피 명령으로 50만명이 추가로 라파로 이동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 220만명의 절반을 넘는 125만명이 몰리게 된다.
인구 급증으로 생존 조건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학교 등 임시 거주지는 수용 능력을 초과한 지 오래다. 작은 아파트의 임대료는 전쟁 전 100달러에서 5000달러로 50배가량 폭등했다. 피란민은 공원이나 공터에 천막을 치고 부서진 건물 잔해를 뒤져 가까스로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물이나 음식은 턱없이 부족하고 기저귀나 생리대 등 위생용품도 구하기 어렵다. 담수화 설비를 돌리거나 음식을 할 때 쓸 연료도 없어 피란민들은 나무를 베거나 폭격당한 집에서 태울 거리를 구해 겨우 물을 끓이고 요리하는 실정이다.
이스라엘군의 남부 공격 거세져 피란민들이 이집트로 탈출하려 할 경우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최악의 상황이 오면 이집트군은 비무장 민간인들에게 무력을 행사해 가자지구로 돌려보내거나 난민 위기를 받아들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집트는 자국과 인접한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번 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2008년 1차 가자전쟁 당시 하마스가 이집트 국경장벽 일부를 파괴해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이 이집트로 쏟아져 들어간 경험 때문이다.
시나이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책을 쓴 모한나드 사브리는 2008년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월경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브리는 이스라엘이 그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하늘에서 지옥 불이 비처럼 쏟아지는 곳에 앉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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