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문가 예측은 틀릴까…답을 내놓다 [홍기훈의 ‘세계를 바꾼 경제학 고전]

2023. 12.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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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랜덤워크 투자수업
버턴 말킬
책의 저자 버턴 말킬은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업가다. 그는 ‘효율적 시장 가설’의 대표적인 지지자 중 한 사람이다. 말킬은 효율적 시장 가설을 바탕으로 한 투자에 대한 책, ‘랜덤워크 투자수업’을 발간해 유명해졌다. 말킬은 세계 최초로 인덱스 펀드를 투자자에게 선보였던 뱅가드의 이사로 28년간 재직했으며, 꾸준히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합리적 투자 지침’을 설파했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 ‘시장의 효율성’이라는 개념을 알아둬야 한다. 책 자체가 ‘효율적 시장’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거래하는 물건 가격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정보와 시장 외적인 정보 등 가능한 모든 정보가 모든 투자자에게 신속하게 전달된다. 즉, 시장 참여자들이 같은 정보를 갖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효율적인 시장이다. 그러므로 투자자들은 체계적 위험에 대한 보상을 넘는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재무경제학에서는 시장의 효율성을 약형, 준강형, 강형 세 단계로 나눈다. 약형 효율적 시장에서는 시장 가격이 시장에 공개된 과거의 가격 정보만 반영한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는 과거의 가격, 차트 분석, 거래량 등 시장에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준강형 효율적 시장은 시장 가격이 과거의 모든 가격 정보뿐 아니라 공개된 모든 정보를 반영한다. 그러므로 공개된 어떤 정보든지(예를 들어, 기업의 재무제표, 경제 지표, 정치적 사건 등)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으므로, 이런 공개된 정보를 통해 초과 수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형 효율적 시장은 효율적 시장의 세 가지 형태 중 가장 강력한 형태로, 시장 가격이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반영한 형태다. 이는 과거의 모든 가격 정보, 공개된 모든 정보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내부 정보까지 모두 시장 가격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의미다.

평범한 이들을 위한 필승 투자 방법도 필요하다

증시 역사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광풍과 폭락의 반복으로 점철됐다. 1929년 대공황,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자신은 예외라고 믿었지만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많은 이가 평생 모은 은퇴 자금을 날리거나 막대한 빚에 떠밀려 거리에 나앉아야 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으레 그랬듯 많은 투자 ‘전문가’들이 주식에, 외환에, 가상자산에 자기 말대로만 투자하면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고 계속 대중에게 속삭인다. 그럼 정말로 이들 전문가에게 돈을 맡긴다면, 혹은 그들의 비법을 철저히 배우고 따른다면 성공한 투자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자신감에 찬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도, 지난 백 년간 실제 성과를 돌이켜보면 전문가들은 조금의 과장도 없이 원숭이만도 못한 경우가 많았다. 수십 년의 업력을 지닌 전문가 말을 따르는 것보다 오히려 원숭이가 무작위로 돌림판에서 고른 주식의 수익률이 더 높거나 적어도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효율적 시장 가설에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르면,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는 정보는 이미 가격을 움직여버렸기 때문에, 과거의 가격 변화를 설명할지언정 미래는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1976년 뱅가드사 존 보글은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인덱스 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시장 전체에 골고루 투자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어처구니가 없는 상품이라며 비아냥거렸지만, 정작 도태된 것은 그들이었다. 인덱스 펀드는 여태까지 남아 성과 출중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인덱스 펀드가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말킬의 대답이다. 그는 ‘랜덤워크 투자수업’에서 평범한 이들을 위한 필승 투자 방법을 설파한다.

확률적으로, 시장을 이기기는 어렵다

버턴 말킬은 이 책에서 투자 방법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차트 모양이나 이동 평균, 피보나치수열을 통한 변동폭 분석 등의 기술적 투자, 재무 정보와 시장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기본적 투자다.

기술적 분석을 활용하는 투자자들은 각자 복잡한 이론 체계와 강렬한 믿음을 갖고 있지만, 이들 중 누구도 시장 수익률을 능가하는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지 못한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자신들이 구사하는 테크닉이 과거 데이터에 의해 혹은 심리학적 연구에 의해 검증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으로도, 실증적으로도 어불성설이다. 이미 과거에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 수익을 예측하는 행위 자체가 과거 정보가 현재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는 투자자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만약 차트 모양이 미래 주가를 암시한다면, 그리고 투자자들이 이런 암시를 알고 있다면 이는 지금 주가에 반영돼 미래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기본 분석가들 사정은 다를까. 이들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무작위함 앞에서 무기력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수많은 애널리스트와 투자 전문가 분석이 터무니없이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이들이 오류를 범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애널리스트의 무력함이다. 갑작스러운 국제 정세 변화, 불리한 제도의 입법, 혁신적인 신기술의 등장 등 돌발 사건을 주가 예측에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 또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숨기려고 든다. 이런 기만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제도가 많이 발전했지만, 외부자인 애널리스트는 태생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널리스트 본인의 편향이다. 아무리 뛰어난 식견을 가진 전문가도 결국에는 인간일 뿐이다.

두 번째 이유는 환경적인 이유다. 애널리스트는 정확하고 편파적이지 않은 분석을 내놓고 싶지만, 비즈니스 환경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이런 현상을 아주 많이 목격하고 있다. 이 탓에, 애널리스트들은 본인들끼리는 기업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이런 이유로 말킬은 소위 ‘투자 전문가’들 수익이 시장 수익률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수천만 투자자 중 일부는 전설적인 투자자가 돼 이름을 날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확률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희박한 가능성의 승자일 뿐이다. 동전을 천 번 던져 천 번 모두 앞면이 나오기는 어렵지만, 수천만 명이 시도한다면 한 명쯤은 ‘기적’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안목과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투자는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도박인 것인가? 말킬에 따르면 그렇다. 그러나 한 치 앞이 아닌 저 멀리는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내다볼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단기간의 주가 움직임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시장 전체의 장기적 움직임은 예측할 수 있다. 짧은 기간, 그리고 한 기업의 향방은 내다보기 어렵기 때문에 몇몇 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시장 전체의 장기적인 트렌드는 우상향하니 이 흐름을 타라는 것이다.

물론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는 것이 ‘투자 비법’을 따르는 것처럼 자극적이지는 못하다. 위험한 투자 전략을 실행하면 한 번쯤은 이웃이 배가 아플 수준의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킬은 ‘복리의 힘’을 강조한다. 설령 연간 한 자릿수 수익률일지라도, 꾸준히 긴 시간 투자한다면 천문학적인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더해 그는 분산 투자를 강조한다. 여러 자산에 돈을 분산하는 것은 물론, 마치 저축을 하듯 긴 기간에 걸쳐 차근차근 투자금을 늘리는 적립식 투자도 필수적이라고 말킬은 말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경제학 박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7호 (2023.12.06~2023.12.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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