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간 전출은 불법 파견일까 [생활 속 법률 이야기]
연말은 대기업 임원 인사 시즌이다. 누구는 퇴직을 하고, 누구는 좋은 회사로 영전을 하는가 하면, 누구는 반대로 좌천돼 규모가 작은 계열사로 인사 발령이 나기도 한다. 직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대기업 집단에서는 계열사별로 상시 인사 교류가 이뤄진다.
법적으로 대기업의 각 계열사는 별개 독립적인 법적 주체다. 때문에 인사 발령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회사와 근로관계 혹은 위임 관계를 종료하고 새로운 계열사로 적을 옮기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법적으로 특별히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근로자의 경우에는 일방적으로 전적을 시킬 수 없는 만큼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계열사 간에 적을 옮기지 않은 상태에서도 업무 지원이나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TF 구성을 위해 인력을 차출하는 경우가 있다. 노동법적으로 적은 원 소속 회사에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업무만 다른 회사에서 하는 것을 ‘전출’이라고 한다. 이런 인력 활용 구조가 최근에 노동법적으로 많이 문제 되고 있는 ‘불법 파견’이 아닌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근로자 파견은 파견 사업주가 파견 인력을 고용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특정 회사(사용 사업주)에 파견해 그 회사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하도록 하는 형태다. 파견법상 파견을 하는 회사는 파견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파견 대상 업무도 법령에서 정해진 업무여야 하며, 기간도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런 요건을 위반하면 파견법 위반의 형사책임은 물론, 민사적으로도 파견 인력을 사용 사업주가 고용해야 할 의무가 생기게 된다.
파견·전출, 외형상 비슷하지만 명백히 다른 개념
구조상으로는 계열사 전출의 경우 전출 인력들이 원 회사와의 고용 관계를 유지한 채 타 회사에 가서 그 회사 지휘·감독을 받으며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므로, 인력 공급의 전형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 S사(통신사)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며 이를 위해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가진 계열사 근로자들을 전출받아 근무시켜왔고, 위 사업이 종료된 후 이들은 모두 각 계열사로 복귀시킨 사례가 있다. 이때 근로자들이 본인들과 S사는 근로자 파견 관계므로 직접고용 의무를 부담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파견을 한 계열사가 파견을 받은 S사로부터 전출자의 임금 상당액만 지급받고 별도 대가를 취득하지 않아 파견 사업주로서의 영업성이 없다고 봤다. 나아가 파견을 한 계열사의 주된 영업 분야와 자산 규모 등을 감안할 때 계열사의 사업 목적은 파견 사업자로 볼 수 없고, 전출된 근로자도 파견법상 보호돼야 할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을 통해 파견과 전출은 외형상 비슷하나, 명백히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계열사 간 전출은 파견이 아니다. 전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인력 운용상 탄력성 확보를 위한 인사 조치일 뿐이다. 다만, 전출을 이용해 파견법상 규제를 우회적으로 회피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문제 될 수 있다.
적법한 전출로서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전출하는 계열사는 고유한 사업 목적과 전문성, 인력과 자산 등을 보유하는 등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나아가 원 소속 기업에서의 업무와 전출된 기업에서 담당하는 업무 간에 유사성이 존재해야 하고, 전출 사유가 종료되면 원 소속 기업으로 복귀하는 것이 예정돼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을 잘 준수하면 계열사 간 인사 발령과 전출이 불법 파견으로 오인될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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