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는 공백의 아이콘? 복귀작으로 반전 노린다
[양형석 기자]
지난 3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무인도의 디바>는 작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데뷔 후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배우 박은빈의 차기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최종회 시청률 9%(닐슨코리아 기준)로 종영한 <무인도의 디바>는 박은빈의 전작 <우영우>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하지만 jtbc의 <힘 쎈 여자 강남순>과 KBS의 <고려거란전쟁> 같은 만만찮은 경쟁작들 사이에서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인도의 디바>에서 박은빈이라는 '대세배우'를 전면에 내세웠던 tvN은 9일 첫 방송되는 새 주말드라마에서 박은빈보다 더 높은 이름값을 가진 배우를 앞세운다. 프랑스 드라마 <필하모니아>를 원작으로 한 이영애 주연의 <마에스트라>다. 일반 대중들에겐 그리 익숙하지 않은 단어 '마에스트라'는 전체 지휘자의 5%도 되지 않는 여성 지휘자를 의미하는 단어다(비슷한 의미로 남성 무용수를 뜻하는 '발레리노'가 있다).
이영애는<미에스트라>에서 '무대 위 권력자'로 불리는 지휘자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차별과 편견을 받는 마에스트라 차세음을 연기한다. <마에스트라>는 2021년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경찰출신 보험조사관을 연기했던 <구경이> 이후 약 2년 만에 선보이는 이영애의 신작이다. <대장금>과 <사임당, 빛의 일기> 사이에 무려 13년의 기다림이 필요했던 이영애의 팬들에게는 상당히 빠르게 느껴지는 복귀소식이다.
▲ 이영애는 <봄날은 간다>를 기점으로 배우로서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
ⓒ (주)시네마 서비스 |
드라마를 기준으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의 공백기가 있었던 바람에 이영애는 작품을 매우 까다롭게 고르는 배우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영애 역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 어떤 배우들 못지 않게 활발한 활동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 초콜릿 CF를 통해 데뷔한 이영애는 데뷔 초 화장품 광고를 통해 '산소 같은 여자'라는 닉네임을 얻었다(사실 이는 이영애가 출연한 CF의 카피였다).
CF에서의 활발한 활동에 비해 연기자로서 도약이 다소 늦었던 이영애는 1995년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와 <서궁>에 출연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MBC 드라마 <의가형제>와 <내가 사는 이유>에 나란히 출연했는데 각각 엘리트 의사와 술집작부를 연기하면서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영애는 1998년 <애드버킷>과 1999년 <초대>,<파도>, 2000년 <불꽃>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착실히 커리어를 쌓았다.
이영애는 2000년부터 영화로 활동범위를 넓혔는데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와 2001년 <봄날은 간다>를 통해 박찬욱 감독과 허진호 감독을 만나며 연기영역을 넓혔다. 특히 <봄날은 간다>에서는 지방방송국 라디오PD 한은수 역을 맡아 변해가는 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그 중 당시 상우(유지태 분)와 남성관객들을 설레게 했던 "라면… 먹을래요?"라는 은수의 대사는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최고의 작업멘트로 꼽힌다.
그렇게 정상급 여성배우 중 한 명으로 성장하던 이영애는 2003년 자신의 커리어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평균시청률 46.3%(역대 공동 5위), 최고시청률 57.8%(역대 10위)에 빛나는 레전드 드라마 <대장금>이었다. <대장금>은 조선 중종 시절의 궁녀로 수라간 최고상궁을 꿈꾸던 서장금이 우여곡절 끝에 의녀가 돼 수 많은 남자의원들을 제치고 조선사 유일의 임금 주치의가 된다는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팩션 드라마다.
<대장금>은 이영애의 실질적인 첫 단독주연 드라마였지만 이영애는 6개월에 걸친 방영기간 동안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서장금 역을 완벽하게 소화, 2003년 MBC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영애는 일본과 중국,홍콩 등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는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했고 2005년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석권하며 최고의 배우로 군림했다.
▲ <나를 찾아줘>는 이영애가 <친절한 금자씨> 이후 무려 14년 만에 출연한 상업 영화였다.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하지만 이영애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5년 이후 장기휴식에 돌입했고 이는 2009년 재미교포 사업가와 결혼할 때까지 이어졌다. 2011년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한 이영애는 2010년대 중반이 될 때까지도 복귀소식을 들려주지 않았다. 이대로 이영애가 연기활동을 접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팬들이 생겼을 정도. 하지만 이영애는 2017년 <사임당, 빛의 일기>를 통해 13년 만에 드라마를 통한 컴백소식을 알렸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남궁민의 <김과장>에 밀려 고전했고 이영애도 더 이상 예전 같은 '시청률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이영애는 같은 해 이경미 감독의 단편 영화 <아랫집>에 출연했고 2019년에도 영화 <나를 찾아줘>에 출연하며 연기활동을 이어갔다. <나를 찾아줘>는 전국 64만 관객에 그쳤지만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를 통해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21년 jtbc드라마 <구경이>에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이영애는 9일 첫 방송되는 tvN 주말드라마 <마에스트라>를 통해 2년 만에 시청자들을 만난다. 이영애의 데뷔 첫 케이블 드라마 출연작으로 최근에 방영되는 많은 드라마들처럼 <마에스트라> 역시 지난 10월 촬영을 마친 '사전제작드라마'다. 이영애는 <마에스트라>에서 오케스트라 안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자신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가는 여성 지휘자 차세음을 연기한다.
<마에스트라>에는 이영애 외에도 <부부의 세계>와 <더 글로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이무생이 차세음의 옛 연인이자 UC파이낸셜 회장 유정재 역을 맡았다. 드라마 <비밀의 숲2>,<재벌집 막내아들> 등에 출연했던 김영재는 작곡가이자 대학교수, 그리고 차세음의 남편인 김필을 연기한다. 이 밖에 <학교2021>에 출연했던 황보름별과 박호산,이병준 등이 해체 직전의 더 한강 필하모닉의 단원으로 출연한다.
▲ 이영애는 tvN 주말드라마 <마에스트라>를 통해 한창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후배 여성배우들과 동시간대에 경쟁한다. |
ⓒ <마에스트라>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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