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가왕’, 이번엔 한일전이다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3. 12. 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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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화면

MBN '현역가왕‘이 시작됐다. 여성 트로트 오디션이다. 1회 시청률은 6.8%로 동시간대 1위를 찍었고, 2회엔 8.5%로 급상승했다. 10%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도 대부분 한 자릿수 시청률이기 때문에 ’현역가왕‘의 성적은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열풍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땐 본격적인 대형 트로트 오디션이 막 시작됐기 때문에 신드롬이 일었던 것이고, 그후 많은 트로트 오디션이 반복되면서 초기의 신선함이 사라졌다.

더군다나 트로트 오디션 열풍의 원조 TV조선이 아닌 MBN의 프로그램이다. 사전 홍보도 그렇게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편은 아니었다. ‘현역가왕’이 시작됐다는 걸 모르는 시청자도 많았다. 그런 조건에서도 선방했으니 비교적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1회에 비해 2회의 시청률이 상승했다는 건 입소문이 좋게 났다는 뜻이다. 그만큼 좋은 무대들이 많았다. 인재를 모으기 위해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TV조선에서 트로트 오디션 신드롬을 만들었던 바로 그 제작진이다. 서혜진 PD가 직접 제작사를 차려 MBN과 손을 잡았고, ‘미스 미스터 트롯’ 시리즈의 노윤 작가도 합류했다. 이들은 TV조선에서 독립한 후 이미 작년에 ‘불타는 트롯맨’으로 ‘미스터트롯2’와 격돌했었다.

그땐 ‘미스터트롯’과 같은 포맷으로 정면대결했고 ‘불타는 트롯맨’ 16.6%, ’미스터트롯2‘ 24%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16.6%는 충분히 좋은 성적이었지만 ’미스터트롯2‘에 비해선 조금 아쉬웠다.

이번 ‘현역가왕’에센 포맷을 바꿨다. 자신들이 만든 ‘미스 미스터 트롯’은 신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도전자들이 나오는 포맷이었는데, ‘현역가왕’엔 글자 그대로 현역들만 나온다. 기성가수들의 경연인 것이다. 곧 방영될 ‘미스트롯3’과의 정면대결 대신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 오디션에 비해 출연자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뛰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 ‘나는 가수다’처럼 수준 높은 공연으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미스트롯’ 등 타 오디션에서 스타가 된 사람들도 흡수할 수 있다. 여러 오디션 출신자들이 ‘현역가왕’에 모이면서 마치 오디션 끝판왕 같은 이미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신선함이 약하다는 점이 문제다. 대중은 오디션에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원한다. 기성 가수들만 나오면 기존 쇼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이 없어진다.

제작진은 이 문제를 국가 대항전 프레임으로 해결했다. 이번 오디션이 내년에 있을 한일전의 국가대표팀 선발전이라는 설정이다. 이 콘셉트로 신선감과 긴장감, 몰입도를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지난 10월 25일부터 '트롯걸 인 재팬(Trot girl in Japan)'이라는 제목으로 녹화가 시작됐다. 일본 최대 방송사인 ‘후지티비’의 자회사 ‘넥스텝’과 nCH재팬이 제작 중인데 12월 8일부터 ‘후지티비’, 일본 최대 위성방송 ‘와우와우’, 일본 대형 플랫폼 ‘아베마’ 등 총 3개의 채널을 통해 동시 방송된다. 여기서 뽑힌 7명과 ‘현역가왕’의 7명이 2024년에 한일전으로 격돌한다. ‘현역가왕’ 1회에선 도전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면서 국가대항전 분위기를 띄웠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실력과 매력이 뛰어난 대표주자들을 선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상당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윤 작가는 “축구든 야구든 한일전을 하면 우리 국민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보지 않나”라며 한일전 설정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현재까지 방영된 1, 2회에선 앞에서 언급했듯이 상당한 수준의 무대들이 펼쳐져 볼 만한 쇼를 보여줬다. 다만 첫 번째 라운드에선 심사위원 평가가 아닌 동료들의 평가만 이어져 긴장감이 떨어졌다. 제작진은 이런 동료 평가 설정이 기존 오디션과는 다는 차별점이며 재미 포인트라고 기대한 것 같다. 동료들끼리의 신경전으로 극적 재미를 높이려고 했는지 합격 버튼을 누르지 않은 출연자들을 계속 조명했다.

하지만 이건 출연자를 비호감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시도였다. 시청자들은 화면에서 자기중심적으로 비친 출연자에게 아주 적대적이다. 오디션에서 잘못 찍히면 안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과거 ‘미스트롯2’에서 윤태화가 화면 속 이미지 때문에 비호감으로 찍혀 엄청난 불이익을 당했었다. 완전히 오해였는데 대중은 잠시 등장한 이미지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오디션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비호감으로 찍히지 않도록 극력 조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첫 번째 라운드의 동료평가 설정은 너무 위험해보였다.

이런 점을 조심하면서 앞으로 최고의 실력과 매력을 지닌 가수들을 부각시키고, 특히 아무리 현역이라고 하지만 그중에 무명가수도 있는데 그들이 깜짝 스타로 발굴된다면 ‘현역가왕’의 인기는 더욱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떤 대표선수들이 선발될까?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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