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도 칼 뺐다…청소년에 이것 팔면 벌금 426만원, 한국은 [세계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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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여러 지자체에서 내년부터 미성년자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과 에너지 음료 구매를 막는 법안이 시행된다. 최근 미성년자들이 휴대전화 앱을 악용해 저지른 성범죄가 스페인 사회를 발칵 뒤집으면서다. 수면 부족·비만을 야기해 청소년 건강을 해치는 에너지 음료도 '타도 대상'이 됐다. 스페인 외에도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들도 청소년 보호를 위해 관련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현재 스페인에서 청소년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주(州)는 카스티야라만차·갈리시아(2014년)와 마드리드(2020년)다. 여기에 카탈루냐 주가 내년 1월부터 주(州) 내에서 미성년자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유로 뉴스는 "최근 스페인에서 자녀가 16살이 될 때까지 폰을 아예 사주지 말자고 서약하는 학부모 모임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계기가 된 건 지난 9월 에스트레마두라 주(州)에서 14세 여학생이 휴대전화 앱을 이용한 성범죄 피해를 본 사건이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 학생의 어머니가 “딸의 누드 사진이 인터넷에 퍼졌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이뤄졌다.
경찰에 따르면 인공 지능(AI) 앱으로 가공한 여학생 30여명의 누드 합성 사진이 SNS 채팅방에 확산됐다. 피해 학생 중엔 11살짜리도 있었다. 당시 14세 이하 남학생 5명을 포함, 미성년자 26명이 가해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았다. 디지털 법률 전문 로펌인 폰트 애드버킷의 엘로이 폰트 변호사는 유로뉴스에 "미성년자의 성적 영상 복제와 유사한 범죄로 5~9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현직 교사인 앙헬라 산체스가 "16세 미만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자"며 서명 운동을 벌였고, 6만3000명의 서명을 모아 의회에 제출했다. 산체스는 현지 매체에 "교사로 일하며 보니 휴대전화 때문에 아이들의 우울증·불면증, 주의력 부족이 너무 심각하다"면서 "학생들이 휴대전화만 보고 교사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스페인 국립통계연구소(INE)에 따르면 스페인 12~14세 중 85%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했다.
뉴질랜드 교내 폰 전면 금지…전세계 4분의 1 국가 채택
유로 뉴스에 따르면 프랑스·이탈리아·포르투갈·핀란드·네덜란드의 경우, 교내에서 미성년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거나 앞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4개국 중 1개국이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최근 총리 취임 100일내 최우선 과제로 '교내 휴대전화 사용금지'를 꼽은 나라도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신임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향후 교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학생들은 등교시 폰을 맡기고 하교 때 찾아가게 된다. 뉴질랜드 학생들의 문해력이 최근 하락하는 등 휴대전화가 학습을 방해했다고 판단한 결과다.
갈리시아주, 에너지음료 18세 이하에 팔면 벌금 426만원
청소년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에너지 음료도 규제 대상에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주에선 내년부터 카페인·타우린 등이 든 에너지 음료를 18세 이하에게 팔면 벌금 3000유로(약 426만원)를 물어야 하는 제도가 스페인에서 최초로 시행된다. 이 법에 따라 갈리시아 주에서는 에너지 음료를 일반 청량음료 옆에 놓을 수 없고, 별도로 배치해야 한다. 갈리시아 외에도 스페인 지자체 10곳이 동일한 규제를 검토 중이다.
갈리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갈리시아 고등학생 10명 중 4명은 정기적으로 에너지 음료를 마신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31% 증가했다. 특히 갈리시아 청소년 중 12%는 에너지 음료를 술과 섞어 마신다고 답했다. 갈리시아 보건부 관계자는 현지 매체에 "에너지 음료는 청소년의 심혈관과 뇌에 나쁜 영향을 준다"면서 "수면 장애, 신경과민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8년 영국·네덜란드 일부 상점에서는 16세 이하에게 에너지 음료 파는 것을 금지했다. 에너지 음료 한 캔에 커피 한 잔의 두 배에 달하는 카페인과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7월 미국에선 유명 유튜버가 홍보하는 에너지음료 '프라임 에너지'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자,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규제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프라임 에너지의 카페인 함량은 캔당 200㎎으로 '레드불'의 약 2배, 코카콜라의 6배다. 슈머 대표는 X(옛 트위터)에 "미 식품의약국(FDA)은 프라임의 카페인 함량,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SNS 마케팅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韓 "학생이 수업 방해시 폰 압수"…에너지 음료 대책은 미비
지난 9월 서울시교육청은 수업에 방해가 될 경우, 수업방해 학생을 분리 조치하고 휴대전화 등을 교사가 압수할 수 있게 했다. 한국 1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5.9%로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에너지 음료·커피 등 고카페인 음료의 경우, 2018년 초·중·고교 등 모든 학교 매점·자판기 등에서 고카페인 함유 식음료를 팔지 못하게 했다. 지난 4월부터는 청소년의 고카페인 음료 과다 섭취를 막겠다며 전국 편의점 음료 진열대에 '섭취 주의' 문구를 표시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일반 매장에서 청소년들이 커피·에너지 음료를 사는데 제약이 없다. 특히 학원가 인근 저가형 카페에 대한 관리·감독은 전무한 실정이다.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따르면 한국 중·고교생 가운데 고카페인 음료를 주 3회 이상 마시는 비율은 2015년 3.3%에서 2019년 12.2%로 가파르게 올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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