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정 기자의 온화한 시선] 기사 ‘반려동물에 문 연 교회’를 변명하다

신은정 2023. 12. 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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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댓글을 읽고…
국민일보 더미션 홈페이지에 지난달 25일 게재된 ‘반려동물에 문 연 교회… 사람 발길도 늘었네!’ 기사에 달린 댓글들. 많은 이들이 개나 고양이를 환영하는 교회 움직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미션 홈페이지 캡처


개인적으로 지난 9월 초부터 지난달 초까지 불법 번식장에서 구출된 어린 개를 돌봤다. 혼자 두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 혼자 집에 두면 마음이 영 편칠 않았다. 잠깐의 산책이든 카페든 같이 가려고 애썼다. ‘여긴 데려가도 괜찮겠지’ 생각한 곳은 되레 ‘노펫존’이었고, 또 의외의 장소가 동반을 허용했다. 그런 깨달음 속에서 기획한 기사가 ‘반려동물에 문 연 교회… 사람 발길도 늘었네!’(국민일보 11월 25일자 7면)였다.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가 동물과 함께 산다는데 교회는 동물을 얼마나 환영할까 궁금했다. 이를 가장 분명하게 알려줄 수 있는 건 동물을 데려갈 수 있는 교회라고 여겼다. 적지 않은 교회가 개나 고양이에게 곁을 내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잡음 없이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 참 많아 보였다. 기사를 준비하며 한 교회 목사님에게 “성도님이 교회에 개를 데려와도 되겠냐”고 물었다면 뭐라고 답하시겠냐를 물어본 적 있다.

곧바로 “데려와도 괜찮다고 말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개털 알레르기가 있는 성도가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개를 무서워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식으로 질문을 추가하니 그 목사님은 “쉬운 문제가 아니네요”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동물 전담 봉사자가 있거나 동물을 위한 공간 마련, 그게 아니라면 동물 동반 특별 예배를 드릴 수 있다. 모든 교회가 그럴 여건이 되지 않기에 개 동반 교회가 별로 없었겠구나 짐작했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뒤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기사에 달린 수십 개의 냉소적인 댓글 때문이었다.

국민일보 더미션과 포털사이트에 달린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많은 분이 화가 나 계셨다. “아무리 사고가 흐려지는 시대지만 목사라는 사람이 동물을 교회에 들이는군요. 기둥 구석구석마다 냄새를 맡으며 쉬하고 똥 누고 교회를 배설 장으로 만들려는 겁니까? 사람의 영혼도 죽어가는 판에 정신 차리세요”라는 내용은 그나마 양반에 속했다. “한국교회도 점점 개판이 되는구나” “지구촌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얼만데 개에 집착하다니 한심하다”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옆에서 마약도 하겠다”는 식의 밑도 끝도 없는 손가락질도 쏟아졌다.

개를 환영하는 교회의 마음은 무엇보다도 성도를 향해 있다고 생각한다. ‘개가 예배를 드릴 수 있냐’는 신학적 비판이 앞서기보다는 교회와 멀어진 사람을 다양한 방식으로 품어보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기사엔 ‘동물이 예배드릴 수 있다’거나 ‘동물도 예배의 주체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실리지 않았다. 그저 개와 함께 사는 사람이 교회에 잘 오고 정착할 수 있도록 교회가 배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더불어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교회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댓글엔 “성경엔 인간이 동물을 다스리라고 돼 있다”며 개 동반 교회가 성경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네티즌이 인용한 구절은 창세기 1장 28절에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일 테다. 하지만 생태신학자들은 이 구절에서 나오는 히브리어 다스리다(라다)는 다른 구절의 다스리다(마샬)와 뜻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폭력이나 힘으로 지배하라는 뜻이 아닌, 온 세상을 창조하고 이를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신 말씀처럼 개도 귀하게 여기고 돌보라는 명령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 여성 신학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10년 전 성경적 동물권에 대한 논문을 쓰셨다고 했다. 그는 “동물을 동반하거나 돌보는 서비스를 하는 곳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는 한국교회가 시대적 변화와 함께 감당해야 할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그와 연락이 닿아 잠시 이야기를 나눈 김에 기사에 달린 부정적인 반응을 전해줬다. “예상했다”는 그의 답변. 이어진 “그래서 응원하려고 이메일을 보냈다”는 말에서 관련 인식 개선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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