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리더를 잃은 국가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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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극장가에는 역사적 인물, 실화를 기반으로 한 국내외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12.12사태를 배경으로 한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를 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나폴레옹'이 인기를 얻고 있고,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김한민 감독의 영화 '노량'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나폴레옹'은 역사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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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극장가에는 역사적 인물, 실화를 기반으로 한 국내외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12.12사태를 배경으로 한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를 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나폴레옹’이 인기를 얻고 있고,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김한민 감독의 영화 ‘노량’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중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나폴레옹’은 해외에서 역사 왜곡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프랑스와 영국에서 큰 온도차를 보이며 호불호가 나눠지고 있다.
1793년 혁명의 불꽃이 프랑스 전역을 밝히기 시작하자 마리 앙투아네트가 공개 처형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리더를 잃은 국가는 혼란해지고 이 틈을 이용해 코르시카 출신의 장교 나폴레옹(호아킨 피닉스 분)은 국가를 위해 혼란스러운 상황에 맞서며 영웅으로 떠오른다. 또한 사교 파티에서 영웅 나폴레옹을 만난 조제핀(바네사 커비 분)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나폴레옹을 선택하고 나폴레옹은 마침내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조제핀은 계속해서 나폴레옹을 흔들고 나폴레옹의 야망은 조제핀과 끝없이 충돌한다. 세상을 정복한 영웅, 영화는 일과 사랑을 오가는 나폴레옹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 당시 절대왕정이 지배하던 구체제 하에서 자본가 계급이 부상하면서 시민 계급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렸다. 더욱이 미국 독립혁명의 영향으로 프랑스의 시민들은 자유와 독립 쟁취 의식이 고취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게 되고 루이 16세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치와 국고 낭비, 정부의 부패, 백성에 대한 기만 등 온갖 혐의를 받으며 단두대에 올라서게 된다. 정치, 경제 모든 것이 혼란했던 난세에 나폴레옹이 등장한다. ‘혼란한 상황에서 리더가 부재하면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는 대사처럼 난세에는 중심을 잡아 줄 리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혼란이 극에 달하면 강한 지도자가 나와 혼란을 잠재워 주길 암묵적으로 바란다. 영화는 난세에 영웅이 등장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역사는 말하는 사람의 몫이라는 것도 보여준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명언을 남긴 나폴레옹은 불가능해 보이는 알프스산맥을 넘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유럽을 정복한 프랑스 최고의 리더이자 영웅으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동안 알려진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과는 다르게 그려진다. 전투에서 긴장하고 쿠테타에서 맞선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달아나고 사랑 때문에 나약한 모습을 지닌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한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에 대한 왜곡된 묘사에 반감을 드러냈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고향인 영국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과의 오랜 관계를 생각했을 때 같은 인물과 같은 사건이지만 보는 시선에 따라 역사도 달라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세계 역사서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특별한 역사적 사건에는 특정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이 주변의 많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짐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한 사람에 집중하는 것은 영웅 이데올로기의 순기능 때문이다. 영화 ‘나폴레옹’ 역시 프랑스혁명이라는 시대의 필요에 의해서 영웅이 만들어지고 탄생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정쟁으로 혼란 속에 있고 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들면서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실화에 근거한 역사물들이 인기를 얻는 배경은 역사적 교훈을 통해 현재의 혼란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나폴레옹’은 역사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또한 혼란한 시대에는 훌륭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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