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오피스 '돌아이' 총량불변의 법칙…7가지 유형 중 하나
면밀히 분석한 회사 내 돌아이 유형
위험성과 대처법 소개
‘사무실의 도른자들(문학동네)’. 제목이 원색적이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회사가 존재하고 그 안에는 가지각색의 도른자(돌아이)들이 존재한다. 부하직원이나 동료라면 어느 정도 손을 써볼 도리가 있지만, 대상이 막강한 권한을 지닌 상사라면 몹시 난감하다. 반발이라도 하는 날에는 그가 지닌 (인사)권한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게 될 테니까. 더욱 어려운 점은 그들이 늘 악마의 모습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로는 온화하고, 어떤 경우에는 배려의 모습까지 엿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건 돌아이들의 큰 계획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어설프게 대응했다가는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기에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뉴욕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이를 ‘연쇄살인범 프로파일링’ 과정에 견주어 말한다. “그들이 무엇을 동력으로 행동하는지 알기 위해서 일단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봐야 한다”며 7가지 유형을 소개한다.
강약약강형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형이다. 흔히 말하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인물상이다. 사회지배 지향성이 뛰어나, 도전을 즐기고 다층적 위계를 선호한다. 이런 유형은 순식간에 권력 우위에 서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력서를 알파벳 순서로 정리하는 것부터 하면 어때요? 내가 A부터 D를 검토할게요. 테사, 당신은 E부터 I를 검토해요. 이런 식으로 해봅시다.” 이들이 사람을 보는 기준은 ‘지금 당장 내게 뭘 해줄 수 있는지’이다. 분위기를 읽어내는 능력이 뛰어나, 공통점을 빌미로 권력자와 유대감을 형성한다. 학연, 혈연, 지연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은 같은 청바지 브랜드를 입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빠르게 유대감을 형성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성과 도둑은 양의 탈을 쓴 늑대다. 좋은 동료처럼 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친다. 동료의 아이디어 발전에 도움을 주고, 때로는 겸손한 태도로 자기 성과를 나눠주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아이디어를 훔치거나, 상사 앞에서 동료 기여도를 깎아내려 원하는 것을 차지한다.
불도저는 유일하게 겉과 속이 같은 경우다. 굳이 자기 행동을 포장하지 않는다. 대개 인맥이 넓고 경력이 풍부한 경우로, 공포와 겁박을 활용해 상사들을 무력화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가 맡기를 꺼리는 일을 자청해 조직 내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도 한다. 새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익히거나, 모두가 만나기 귀찮아하는 사람과의 미팅을 자청하는 경우다. 하지만 그런 점이 조직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자기 방식만을 고수하며 가는 곳마다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한다. 이런 유형은 불만이 있을 때 회사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무임승차형은 말 그대로 일하지 않고 보상을 얻으려 한다. 허울만 좋고 노력이 거의 들지 않는 일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퇴출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들이 조직 내에서 갈등은 일으키는 비율은 7.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들은 팀원들과 잘 지냈다. 심지어, 친하게 지냈다.”
과잉 통제하는 경우는 무관심한 불성실한 경우와 양면의 동전을 이룬다. 통제가 대체로 눈앞에 놓인 상황에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이라, 상사가 제한된 에너지를 단기 미션에 쓰면 쓸수록 장기적 시야를 잃기 때문이다. 저자는 “통제광은 부하의 일상적 안녕에 영향을 미치지만, 불성실한 상사는 부하의 커리어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부하들에게 소통하는 법, 미래를 계획하는 법, 빠르게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법을 전수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가스라이팅형 유형은 기만자다. 상대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자신만이 특별대우해줄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자신에게 종속되게 만들어 수족처럼 부리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범죄 공모에 상대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팀워크가 필요한 사기나 횡령 등에 끌어 들이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돌아이에 관한 여러 오해를 바로잡는 점이 흥미롭다. 저자는 대개 사회초년생이 피해자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돌아이 대처) 능력이 반드시 시간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며 “대부분의 사람은 돌아이 대처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말한다. 돌아이가 무능력자라는 것도 오해다. 저자는 “능력은 있으나, 그 능력을 악독한 방향으로 발휘하는 사람이 회사마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씩은 있다”고 설명한다. 직장 내 돌아이가 방치되는 건 리더의 무관심보다는 리더십 부재라고도 지적한다. 인력 관리능력이 뛰어나 관리자가 되기보다 자기 일에 성과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관리자로 승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돌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상사가 많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돌아이 유형과 유형별 특징, 위험성, 대처법을 소개한다. 문화 차이에 따른 비중 격차가 있겠지만, 책 속 설명은 인류 보편적 돌아이 기질을 파악하기에 충분하다. 혹 내가 몸담은 조직에는 책에 나오는 돌아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가. 책 말미에 나온 돌아이 테스트를 추천한다. ‘테스트1. 혹시 내가 사무실의 돌아이는 아닐까.’
사무실의 도른자들 | 테사 웨스트 지음 | 박다솜 번역 | 320쪽 | 1만7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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