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아픈 나를 인정하고, 아픈 그를 안아주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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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나 대신, 내 아이가 겪고 있는 섭식장애에 대해 세상에 알려주었으면 했다."
'이것도 제 삶입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접한 건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의 GV 상영회에서였다.
"내 삶이 엄마의 대역이 아니기 위해서, 그녀가 마음껏 살기를 빈다"고 저자는 말했다.
'이것도 제 삶입니다'라는 책의 제목에는 저자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모든 메시지가 압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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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 아닌 상처를 추적하는 과정
환자를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세상
병과 함께 하는 삶, 곁에 있어주는 것
"감독님이 나 대신, 내 아이가 겪고 있는 섭식장애에 대해 세상에 알려주었으면 했다."
‘이것도 제 삶입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접한 건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의 GV 상영회에서였다. 저자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라며, 영화를 통해 섭식장애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길 원했다. 딸에 대한 죄책감, 끊임없이 다투고 대화하는 일상의 치부를 카메라 앞에 내놓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딸의 미래를 응원하는 절실한 애정이 있었을 것이다.
저자 또한 책 ‘이것도 제 삶입니다’를 통해 용기를 낸다. 서문에서부터 저자는 ‘다이어트 강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이라는 편견을 깬다. 그리고 자신의 병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 찬찬히 거슬러 올라간다. 병의 원인을 찾아 헤매기보단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상처를 하나둘 어루만지며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질병은 개인적 요인, 가족 요인, 사회적 요인의 다양한 교차 속에서 발생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안타깝게 여기고, 치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마른 몸, 우울감, 구토. 저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주변 이들이 그의 모든 행동을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으로 대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치료의 방식도 자신의 병을 질병 그 자체로 인식하게 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오히려 음식 앞에서의 불안은 그가 왜 먹지 않게 되었는지, 그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가 어떤 결핍을 느끼며 살아왔는지 등 자신이 서 있는 삶의 맥락을 이해하면서 차츰 옅어져 갔다.
저자가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 중 하나는 어머니를 용서하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어릴 적 불안과 결핍이 자신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의 불안이 자신의 전부일 순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이해한 순간부터 저자는 자신의 삶 또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내 삶이 엄마의 대역이 아니기 위해서, 그녀가 마음껏 살기를 빈다"고 저자는 말했다. 사회의 크고 작은 폭력의 대상이 돼 온 여성 간의 연대는 저자의 또 다른 정체성이 돼 주었다.
‘이것도 제 삶입니다’라는 책의 제목에는 저자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모든 메시지가 압축돼 있다. 장애와 불안이 함께하는 삶 또한 자신의 삶이며, 어느 누구도 배제하고 소외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질병이 존재하고, 누구에게나 조금씩 아프거나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단지 크고 작은 상처들이 어떤 식으로 발현되느냐의 차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아픈 자신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아픈 이들의 곁에 남아 있어주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인간의 성장담으로 바라보는 편이 적절하다. 병을 어떻게 고쳐나갔는지보단, 이런 병을 가진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추적기다. TV만 봐도 연예인들이 각종 심리 상담, 치료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눈물짓는 요즘이다. 다양한 아픔과 상처를 가진 삶의 모습들을 이제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도 되지 않았을까.
이것도 제 삶입니다(섭식장애와 함께한 15년) | 박채영 지음 | 오월의봄 | 244쪽 | 17000원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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