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단독 인터뷰 | “하마스, 북한제 로켓추진 유탄발사기 사용…한국 정부, 제재 가해야”

입력 2023. 12.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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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무차별 폭격? 팔레스타인 주민 보호 위해 노력 중”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평화 이룬다면 가자지구 발전 잠재력 무궁무진”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가자지구 파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간중앙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아키바 토르(62) 주한 이스라엘 대사와 인터뷰한 날은 11월 8일이었다.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 한 달이 되는 시점이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이스라엘-이란 갈등으로 비화된 시점이기도 했다. 이번 전쟁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토르 대사에게서 하마스와 이란에 대한 날 선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실제 대면한 토르 대사는 온건한 화법을 구사했다. 이스라엘을 비판한 주한 이란 대사에 관해 발언할 때도 ‘His Excellency’라는 존칭을 붙였다. 하지만 그의 온건한 발언에는 이란을 향한 매서운 비판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중동의 화약고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 이스라엘 측이 생각하는 분쟁 해결의 셈법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하마스 지원”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평화를 이루고 유능한 지도자를 갖추면 가자지구의 발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쟁은 표면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지만 ‘이스라엘 대 이란’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하마스, 구체적으로는 ‘군사·정치 기관으로서의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이다.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인질 240명의 무사귀환도 우리의 목표다. 우리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면서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인질이 모두 석방되지 않는 한 휴전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란은 하마스의 주요 재정적·정치적 후원자다. 하지만 이란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은 이란과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다.”

주한 이란 대사는 최근 “한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중단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의 고통을 막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해 미국이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나는 주한 이란 대사에게 이렇게 요청하고 싶다.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인질들의 석방과 하마스 지도부의 항복을 위해 노력해달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하마스가 병원과 학교에서 전투를 중단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 이란 대사에게 묻고 싶다. 이란이슬람공화국이 어린이와 영유아를 살해하고, 여성을 강간하고, 온 가족을 잔인하게 살인하는 조직(하마스)을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마스는 이슬람의 모든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하는 조직 아닌가?”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의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를 지원한다. 사실상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모든 세력을 지원하는 셈이다. 이처럼 이란은 대리인을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

이란 대사와 직접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나?

“물론이다. 다만 이란 대사는 이란 정부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에 나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란 대사가 원한다면 이번 전쟁 외의 다른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겠다. 이란 대사가 원한다면 문학을 주제로 대화할 수 있다.”

최근 [AP통신]은 “하마스가 북한제 F-7 로켓추진 유탄발사기(RPG)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하마스와 북한이 군사협력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하마스는 2007년 가자지구를 통치한 이후 로켓과 군수품을 대량 밀수했다. 이 중에는 하마스에 직접 판매·전달되거나 제3자를 통해 판매·전달된 북한제 RPG도 있다. RPG뿐 아니라 다양한 북한제 로켓 시스템이 하마스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방금 말한 ‘제3자’는 이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마스가 이란의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이라크도 지난 2016년 IS와 맞서 싸울 당시 모술시(市)를 탈환하는 데 무려 9개월이 걸렸다.

“우리는 2016년 이라크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을 끝낼 것이다. 다시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활동에 앞서 하마스에 최종 승인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란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이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내가 정확한 정보를 얻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단,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하마스가 이란의 막대한 지원 없이 군사 조직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마스가 이란의 지원 없이 하루에 3000발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었을까?”

이번 전쟁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책 실패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 어려운 시기에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정부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용기와 도덕적 선명성은 이스라엘 국민과 정부로부터 큰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다.”

아미차이 엘리야후 이스라엘 예루살렘 및 유산 담당 장관은 최근 “가자 지구에 대한 핵 공격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라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핵을 보유했다고 선언한 적이 없다.

“엘리야후 장관의 해당 발언은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과 가치에 어긋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엘리야후 장관의 해당 발언을 즉각 반박했고, 장관은 징계처분을 받았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스라엘의 목표는 ‘가자지구 파괴’가 아니다. 오늘날 가자지구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피해는 하마스가 민간 지역에 군사 시설을 대량 배치했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자신들이 무려 17년간 통치해온 팔레스타인 국민을 배려하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최소화에 노력”


11월 11일 가자지구 주민들이 생존자 수색에 나선 모습. / 사진:로이터
가자지구 보건부가 발표하는 사상자 숫자가 계속 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불행히도 하마스의 선전부서로 전락했다. 이는 개전 초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병원을 폭격해 5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발표함으로써 입증됐다. 우리가 파악한 결과 당시 미사일은 이스라엘이 아닌 이슬람 지하드에 의해 발사됐다. 미사일은 병원이 아닌 주차장을 폭격했다. 즉, 병원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물론 주차장 인근에 있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500명이 아닌 약 50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이유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최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최소 1만3500명의 팔레스타인 국민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또 희생자의 약 46%가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남부 지역은 이스라엘이 안전하다고 선언한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안전하다고 선언한 지역에 공격을 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차별 폭격도 가하지 않고 있다. 물론 우리는 지금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동안 가자지구 침공을 자제했던 이유다.”

카타르 매체 [알자지라]는 “가자지구의 셰이크 하마드 병원 지하에 하마스 터널이 있다는 이스라엘군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라고 보도했다. [알자지라]의 해당 보도는 서방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알자지라]의 모든 보도는 친(親)하마스 논조를 띠고 있다. 하마스 측에서 언론인들의 터널 출입을 막는 것은 당연하다. [알자지라]가 소식통을 동원해 취재를 다시 하면 하마스의 터널이 민간 병원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학교와 공공시설 안팎에 하마스 군수품 보관 및 제조 현장을 발견한 사실이 있다.”

가자지구에 물과 식량을 공급하면서 군사작전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면서 하마스에 대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실제 가능한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쪽 지역에 물과 음식, 의약품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물과 음식, 의약품을 배급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다만, 이는 대규모 이주로 인한 어려움이다. 가자지구와 레바논 인접 지역에 거주하던 이스라엘 주민 약 25만 명도 개전 직후 자신들의 집을 떠나야 했다. 우리도 이번 전쟁의 혼란을 체감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를 파괴한 이후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약속과 희망의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가자지구의 약속과 희망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해안 지역과 마찬가지로 번영 잠재력이 거대하다. 가자지구 해변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심해 어업의 재개와 이집트-이스라엘을 연결하는 철도·도로 건설, 대규모 담수화 플랜트 건설, 항구 건설, 천연가스 탐사 등이 가능하다. 이처럼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평화를 이루고 유능한 지도자를 갖추면 가자지구의 발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스라엘 지지해준 한국 정부에 깊은 사의”


한국은 최근 ‘민간인 보호와 법적·인도적 의무 준수’에 관한 유엔 결의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 이를 두고 한국이 전통 동맹인 미국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아랍권 사이에서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비슷한 내용의 유엔 결의안에 한국이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설득할 만한 셈법이 있나?

“우선 온건한 아랍 국가들은 하마스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전쟁이 끝나면 ‘아브라함 협정’의 역동성도 크게 강화될 것이다. 한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은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 한국이 이란과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던 것처럼 하마스에도 제재를 가하면 환영할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란 자산을 동결 해제한 한국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하마스·헤즈볼라에 대한 지원과 같은 사악한 활동을 규제하지 않는 현 JCPOA 복원안에 줄곧 반대 입장을 취해 왔다. 오늘날 발생하는 일들은 우리의 이 같은 우려가 근거 있는 우려였음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가?

“개전 초기에는 60~90일 이내에 전쟁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90일 이내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만 확신할 수는 없다. 몇 가지 요인들이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예비군으로 하마스에 대적하고 있다. 이는 최소 30만 명이 본업을 떠나 전장에 나갔다는 의미다. 이처럼 경제적인 압박도 존재한다.”

- 글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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