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K커머스…쿠팡·네이버 말고 똘똘한 3등이 없다? [팩플]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커머스 업계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비용 감축을 위해 창사 첫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선 것. 업체들은 장기간 준비해 온 상장 계획까지 무기한 연기하며 혹한기 대비에 나섰다.
무슨 일이야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의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 행사를 포기하기로 결의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되사오지 않기로 한 것. 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이커머스 사업을 접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1번가는 FI의 강제 매각 절차를 염두에 두고 조직 재정비도 추진하고 있다. 8일까지 만 35세 이상 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창사 첫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투자 시장이 위축되며 이커머스 업체들의 상장도 연이어 중단됐다. 올해 1월 상장 연기를 결정한 컬리는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대외적인 환경이 개선되면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 2011년 설립 이후 11년 연속 흑자를 거둔 오아시스조차 올해 2월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 시장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021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SSG닷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장 계획을 확정 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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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로 굳어진 상황이다. 선두 싸움에서 소외된 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확실한 성장 지표 없인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커머스 플랫폼들은 투자를 바탕으로 출혈 경쟁을 이어가며 매출을 늘려갔지만 불황이 지속되며 시장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1000만 유료 멤버십을 확보한 쿠팡, 지난해 82조6000억원 규모의 국내 오픈마켓의 42.4%(거래액 기준)를 차지하는 네이버 외에는 경쟁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점유율 24.5%)과 네이버쇼핑(23.3%)을 제외한 지마켓(10.1%), 11번가(7%), 롯데온(5%) 등은 10% 안팎의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2로 4개월 연속 하락세다. CCSI는 숫자가 100 이상인 경우 낙관적 전망을, 100 미만인 경우 비관적 전망을 의미하는데, 지난 9월(99.7)과 10월(98.1)에 이어 소비 심리가 더욱 나빠졌다.
생존 위한 장기 전략은
생존 위기에 몰린 커머스 플랫폼들은 특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직구 플랫폼의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비슷비슷한 서비스로는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의류, 패션 비중이 높은 해외 직구 플랫폼이 생필품과 공산품까지 영향력을 키운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똘똘한 3등’을 위해 중소 이커머스들의 합종연횡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와 같은 출혈 경쟁을 계속해서는 생존하기도 어렵다는 것. 글로벌 직구 플랫폼 큐텐의 경우 국내 커머스 업체인 티몬과 인터파크, 위메프를 인수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하고는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투자 매력도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산업 내 구조조정과 합병 등을 통해 다른 길을 찾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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