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산타랠리에 거는 불안한 기대

심희정 2023. 12. 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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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전망은 늘 장밋빛이다.

간절한 기대를 장작 삼아 희망만을 외치는 시장을 그저 너그럽게만 바라보기에는 어딘가 찜찜하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지배하는 과열된 기대를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조기에 인하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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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정 경제부 기자


주식시장의 전망은 늘 장밋빛이다. 올 연말은 특히 더 그렇다. 한·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는 이미 기정사실로 자리 잡았고, 투자자들은 한발 먼저 움직이고 있다. 내년 주식시장이 ‘상고하저’일 것이란 증권사들 전망도 나온다. 성탄절을 앞두고 나오는 ‘산타랠리’ 기대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산타랠리는 성탄절을 전후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산타랠리라는 단어는 반세기 전 등장했다. 1972년 ‘주식 트레이더 연감’을 발간한 예일 허시가 만든 신조어다. 그는 1952~1971년 중 17년 동안 성탄절을 전후로 주가가 오른 추이를 분석했다. 해당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연말에 평균 1.35% 상승했다.

연말에 주가가 오를 것이란 예측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업들이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하면 이 돈이 증시로 흘러갈 것이란 기대다. 또 기업에 부정적인 정보는 통상 연말을 피하기 때문에 매도보다는 매수세가 힘을 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근거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를 이어가면 이 역시 상승 랠리에 힘을 보태게 된다. 산타랠리라는 말은 가상화폐 시장에도 쓰인다. 긴축통화 정책과 테라·루나 사태로 지난해 폭락한 코인이 최근 들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다. 내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미국의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4만4000달러를 넘겼다. 외신들은 ‘이른 산타랠리가 가상화폐 시장에 찾아왔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람들이 유독 산타랠리라는 단어를 반기는 데에는 산타가 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산타는 빨간 상·하의를 챙겨 입은 데다 옆을 지키는 루돌프 코까지 빨갛다. 왠지 파랗게 질린 주식 창을 빨갛게 물들여줄 것만 같다. 기업의 신규 상장을 기념하는 상장기념식에 기업 임원진이 빨간 넥타이나 빨간 재킷,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빨간색이 상징하는 상승장에 대한 기대는 신념으로 굳어졌다. 주식이 오르기만을 기원하는 빨간 물결은 그 어떤 소원보다도 간절하다.

그래서일까. 간절한 기대를 장작 삼아 희망만을 외치는 시장을 그저 너그럽게만 바라보기에는 어딘가 찜찜하다. 누군가는 분명 다른 궁리를 하고 있을 거라서다. 금융 당국은 최근 특정 종목 매수를 추천하고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워 차익을 거둔 유명 유튜버와 리딩방 운영자를 검찰에 넘겼다. 앞에선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매수를 부추긴 다음 뒤로는 몰래 매도 차익을 챙긴 것이다. 테라·루나를 발행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폭락 가능성을 알면서도 전 세계 투자자들을 속여 50조원 이상 피해를 입혔다. 희망이 절망으로 돌아서는 건 한순간이었다.

올 연말은 달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지내보려 한다. 산타랠리나 내년 상고하저 흐름을 놓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을 다스려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지배하는 과열된 기대를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조기에 인하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자산운용사 밀러 타박의 맷 말리 수석시장전략가는 “2020~2021년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해 막대한 유동성이 유입됐기 때문”이라며 “대규모 유동성이 생기지 않는 한 비트코인에 대한 낙관적 예상은 헛된 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희망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심희정 경제부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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