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새 옷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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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옷을 좋아했다.
옷 잘 입는 사람도 좋아했다.
작은 브로치나 스카프, 벨트로 밋밋한 옷에 포인트를 주어 자신만의 개성을 가꾸는 사람, 자연스러운 맵시가 은은하게 드러나는 사람이다.
나 역시 옷 잘 입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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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옷을 좋아했다. 옷 잘 입는 사람도 좋아했다. 내 기준에서 진정한 멋쟁이는 명품을 과시하듯이 입는 사람이 아니다. 작은 브로치나 스카프, 벨트로 밋밋한 옷에 포인트를 주어 자신만의 개성을 가꾸는 사람, 자연스러운 맵시가 은은하게 드러나는 사람이다. 그런 멋쟁이는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스레 뽐이 난다. 나 역시 옷 잘 입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자주 옷을 사는데도 입을 옷이 없고, 새 옷을 살 때 느꼈던 설렘은 쉬이 가시고야 만다.
옷을 사는 이유는 다양했다. 연말에는 할인율도 높고 싸니까. 모임이 있다는 핑계를 대거나, 유행 따라 사기도 했다. 그런 옷은 대부분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했다. 얼마 전 미니멀리즘이 성행했을 때 나는 옷장 두 칸 이상 옷을 채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홀쭉해진 옷장을 보고 홀가분했던 기분도 잠시, 몇 개월을 못 버티고 옷장은 다시 뚱뚱해졌다.
최근에 읽은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저자는 5년째 새 옷을 사지 않고, 과잉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는 패스트패션 업계의 관행을 지적한다. 그 대안으로 환경을 덜 훼손하고 누군가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의 생활을 제안한다. 책을 읽는 동안 부끄러웠다. 항상 멋 부리고 싶은 욕망이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이겨왔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불황에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도 떠올라 착잡했다.
작년에 사놓고 입지 않았던 코듀로이 점퍼를 꺼냈다. 리폼용 고양이 패치를 붙이고 나니, 귀여운 고양이 점퍼가 되었다. 간단한 수선을 거쳐 세상에 하나뿐인 옷으로 재탄생한 것 같아 뿌듯했다.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소비는 ‘다시 쓸모를 찾는 것’과 ‘무조건 소비하지 않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을 잘 채우는 일’ 아닐까. 몇 개월만이라도 이 작은 실천을 지속하고 싶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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