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허기가 절실한 세상
맛집을 찾는 허기가 아니라 영혼을 채우고 인생을 긍정할 허기가 절실하다. 겉은 이렇게 화려하고 풍요로운데 속은 헛헛함을 넘어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라오디게아 교회에서의 말씀,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계 3:17)와 같다.
배고픔을 감사해 보았는가, 때가 되면 찾아오는 배고픔은 건강하고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속이 조금만 불편하고 아프면, 아니 정신적으로도 뭔가 심기가 불편하고 염려되는 게 있으면 입맛도 없고 무엇을 먹어도 맛이 없다. 허기를 느끼기도 전에 습관처럼 먹게 되면 밥의 소중함을 모르게 된다.
허기가 지나치거나 계속되면 그것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도 없다. 그것은 목숨, 삶과 직결이 되는 일이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걱정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먹이려고 밥숟갈을 들고 쫓아다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럴 필요 없다. 아이가 배고픔을 느끼도록 하고, 스스로 밥을 찾게 하면 된다. 그 기회를 빼앗는 것이 잘못이다. 보릿고개를 경험한 어른들은 배고픔이 무엇인지 알기에 가난과 허기만큼은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사람에게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난하고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치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허기를 느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또한 허기를 움켜쥐고 배고픔을 참아내는 것이 좋다는 말도 아니다. 사흘 굶으면 도둑질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배고픔만큼 서럽고 안타까운 일이 없지만, 그렇다고 밥만 축내거나 배부른 까닭으로 안주한 삶은 또 다른 불행이다.
인생의 허기는 감추거나 부정할 수 없는 내면의 모습을 살피게 한다. 아무리 산해진미가 앞에 있어도 먹을 수 없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결국, 밥과 나를 놓고 기울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인류가 풍요롭고 부하게 살고자 노력해 왔고 눈부신 발전과 성과를 얻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에서는 너무 중요한 걸 잃었고 인생의 길을 벗어났다.
교회의 안타까움도 어쩌면 과한 부해짐에 있다. ‘성공이 아니라 섬김’(서서평)이고 성장보다는 성숙이어야 한다. 성서와 역사 속의 신앙을 보면 부와 하나님의 관계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마 19:24). 아쉬운 게 없고 허기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 사람과 신앙은 달라진다. 아닐 것 같지만 대부분 그렇게 된다.
히브리인의 광야 40년에 주어진 매일의 만나를 보라. 왜 그런 경험을 오래도록 갖게 했을까, 배고픈 허기를 긍정하며 현실을 살고자 하면 때를 따라 주시는 양식을 감사히 받을 수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 만나고 주어지는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것인지 모를 수가 없다. 끝없는 욕망은 끝없는 불행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허기를 느끼는 몸이 밥을 찾아 움직이는 것처럼,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허기를 느낄 필요가 있다. 하나님은 육의 양식은 물론 영혼의 양식에도 분명하게 강조한다. 말씀으로의 성서, 독대인 기도, 만남과 교제의 예배, 영혼의 노래 등 신비롭고 초월적인 경험이다.
어리석은 부자의 이야기에서 보듯 ‘사람의 목숨이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다’(눅 12:15)했다. 속이 부유해지고 영혼의 허기가 채워지며 삶이 건강해지는 하나님의 은총에 눈을 떠야 한다. ‘주리고 목마른 자가 복이 있다’라는 팔복의 말씀을 기억하라. 충만하고 배부른 자가 아니다. 허기를 느낄 수 있도록 삶에 여백을 두고 인생에 여유를 가지라. 이제는 자발적 가난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인생의 허기가 무엇에 있는지 살펴야 할 때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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