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김기동 ② "김기동 없는 포항을 상상할 수 있나요?" 그가 내놓은 뜻밖의 대답

김희준 기자 2023. 12. 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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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그 자체가 된 감독들이 있다.

이는 포항의 초창기 유니폼을 재현한 것이기도 했다."유니폼의 색깔 조합에 신경을 썼다. 예전에는 어깨에 검은색이 들어가다 보니까 선수들이 어깨가 왜소해 보이고 작아보였다. 전통적인 유니폼은 그렇지 않았다. 위쪽을 붉은색으로 화려하게 넣으면 선수들이 크게 보일 것 같았다. 실제로도 붉은색을 어깨에 오도록 바꾼 뒤에 만족도가 높아졌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시안 블루를 다시금 채택한 것도 전통을 따른 거다. 이번 ACL 유니폼이 상당히 인기가 좋아 기분이 좋다."김 감독은 선수를 영입할 때도 구단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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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감독(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구단 그 자체가 된 감독들이 있다. 떠난 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알렉스 퍼거슨 경의 팀으로 남아있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포항스틸러스와 김기동 감독도 그 길을 걷는 듯 보인다. 김 감독은 재정적으로 넉넉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진흙 속의 진주를 발굴하듯 유망주를 발굴하고 베테랑과 배합해 꾸준히 성적을 냈다. 창단 50주년을 기념할 FA컵 트로피도 구단에 선사했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융화되면서 포항을 끈끈한 팀으로 만든다. 김 감독이 없는 포항을 상상하기 어렵게 됐다.


김 감독도 자신이 포항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김승대, 신광훈, 완델손 등이 어떤 매력을 느끼고 포항을 떠났다가 돌아왔는지 묻는 질문에 "나 때문에 오는 것 같다. 내가 매력덩어리인가 보다"라며 크게 웃었다.


김기동 감독(왼쪽), 김승대(오른쪽, 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 "상의 위쪽을 붉은색으로 바꿔보자" 유니폼 색까지 김기동의 손길이 닿았다


김 감독은 구단 운영 전반에 세심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술 설정이나 선수단 관리뿐 아니라 선수 스카우팅, 구단 행사, 팬들과 소통, 유니폼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그걸 구단이 적극적으로 수용해 결과물에 적용한다.


마지막 리그 홈경기에서 포항이 입고 나왔던 50주년 FA컵 우승 기념 유니폼 '더 글로리 오브 포항'에도 김 감독의 의견이 대폭 반영됐다. 유니폼의 디자인과 유니폼을 착용할 경기 등 세부사항을 구단 측에 전달했고, 포항도 이를 적극적으로 참조했다.


"더 글로리 오브 포항 유니폼은 고급스럽게 잘 나온 것 같다. 우리가 마케팅이 잘 돼야 스폰서들이 많이 붙고, 이런 유니폼들이 자꾸 흥행이 돼야 구단에 자금이 들어가면서 운영이 잘 된다. 그런 것들에 관심도 많고, 그렇게 해야 팀이 운영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도와주려고 많이 노력한다."


강현제(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오랫동안 검은색이 어깨선에 있었던 포항의 유니폼을 붉은색이 위로 오도록 바꾼 사람도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서있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를 원했고, 유니폼부터 붉은색을 위쪽에 배치해 이를 실현했다. 이는 포항의 초창기 유니폼을 재현한 것이기도 했다.


"유니폼의 색깔 조합에 신경을 썼다. 예전에는 어깨에 검은색이 들어가다 보니까 선수들이 어깨가 왜소해 보이고 작아보였다. 전통적인 유니폼은 그렇지 않았다. 위쪽을 붉은색으로 화려하게 넣으면 선수들이 크게 보일 것 같았다. 실제로도 붉은색을 어깨에 오도록 바꾼 뒤에 만족도가 높아졌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시안 블루를 다시금 채택한 것도 전통을 따른 거다. 이번 ACL 유니폼이 상당히 인기가 좋아 기분이 좋다."


김 감독은 선수를 영입할 때도 구단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어느 한 쪽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되기보다는 끊임없는 정보 교환을 통해 최종적으로 영입 후보를 결정한다. 올 시즌 제카, 오베르단, 백성동, 김인성, 김종우, 한찬희 등 영입생들이 모두 제 몫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시스템이 잘 구축된 덕분이었다.


"여러모로 구단과 많이 소통하려 한다. 구단이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 잘 모르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팀장하고 계속 전화해서 공유한다. 선수를 관찰하는 것도 독단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떤 선수의 테스트가 있을 때 팀장님, 단장님, 스카우트들 다 와서 그 선수를 평가하고 결과를 공유해서 뽑는다."


"이번에 (백)성동이, (김)인성이 오는 것도 구단에서 저한테 추천을 하고, 제가 의견을 내놓고 합의점을 찾아서 데리고 왔다. 예를 들어서 백성동 선수에 대해 구단은 자유계약 선수니까 꼭 영입해야겠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할 때는 좀 아닌 것 같다고 얘기하면서 서로가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다가 합의점을 찾으면 데리고 오는 거다."


신광훈(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 떠난 선수들도 그리워하는 '포항색'


그렇게 모인 선수들은 포항에서 마치 용광로에 녹인 듯 서로 융화된다. 선수단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완성된다. 김 감독이 실력만큼이나 선수의 훈련장 태도나 생활상 등을 유심히 지켜보고 선수단 구성을 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영입할 선수가 지금까지 어떻게 선수 생활을 했는지 궁금해한다. 에이전트나 구단에 그 선수가 어떤 활약을 했고,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평을 들어본다"며 "훈련장에서의 태도나 생활하는 것들에 대해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선수가 있어도 그 선수가 준비하는 태도가 안 좋다든가 팀워크를 해치는 행동을 하면 선수들과 미팅을 통해 과감하게 경기에 내보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 것들이 팀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는 말로 선수들을 세심하게 파악하고 팀과 하나되게 만드는 걸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선수들 역시 훈련장과 경기장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동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클럽하우스에도 일찍 도착해 밥을 같이 먹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데리고 나가 차를 마시며 축구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여기서 나눈 대화들은 훈련장에서 다듬어져 경기장 위에서 실현된다.


김 감독은 이를 "포항색"으로 설명했다. "포항은 선수들끼리 끈끈하다. 밥을 같이 먹고, 선배와 후배가 좋은 데 가서 차 한잔 마시면서 축구 얘기하고, 이를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현실화시킨다. 이런 공감대 형성이 잘 돼있다."


"내가 감독을 하면서 베테랑 선수들에게 고마운 부분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감독이 베테랑들만 관리하면 된다. (김)승대, (신)광훈이, (김)인성이와 밥 같이 먹으면서 후배들을 이렇게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면 그 선수들이 밑에 애들 밥 먹으면서 챙겨주고, 밑에 애들은 더 어린 선수들을 챙겨주는 팀 문화가 잘 형성됐다."


포항색은 하루 아침에 진해진 게 아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포항 주장으로 있으면서 후배들을 챙기는 데 집중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이러한 문화를 장려했다.


김 감독이 스스로에게 "매력덩어리"라고 말한 것처럼, 포항색도 선수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김 감독은 "다른 팀들은 개인적으로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들었다. 훈련을 마치면 집에 따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떠난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선수들끼리 끈끈한 게 없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며 포항을 떠난 선수들이 포항 시절을 그리워하는 경우가 잦다고 이야기했다.


김기동 포항스틸러스 감독. 김희준 기자

▲ "내가 없어도 다른 분이 포항의 역사를 이어나갈 것"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만 포항에서 5년을 보냈다. 수석코치 시절을 합하면 8년, 선수 시절까지 더하면 20년이다. 그만큼 포항을 잘 알고 있고,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며 구단을 발전시켰다.


포항에서 성과를 거둘수록 주변에서 날아드는 유혹들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K리그를 비롯한 여러 구단에서 김 감독을 주시하고 있고, 많은 축구팬들은 선수 조합에 능한 김 감독이 향후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것을 염원하고 있다.


김 감독은 그런 이야기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모르겠다. 포항 감독이 되기 전에는 언젠가 감독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지 진짜 감독이 돼서 지금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금 여기서 잘해서 팬들에게 칭찬받고, 그보다 더 좋은 칭찬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또 올 거다. 그때 잘하면 되는 것"이라며 주어진 환경에서 즐거운 축구를 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포항에 남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장 포항에 계속 있겠다거나 떠나겠다는 말은 못할 것 같다.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 여기 있는 동안은 팬들을 위해서, 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있는 동안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래서 김 감독에게 본인이 없는 포항이 상상이 가는지 물었다. 이번에도 고민 끝에 답변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김 감독은 질문을 듣자마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내가 없어도 새로운 사람이 와서 지금 있는 것들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감독이 포항을 거쳐갔다. 그들이 포항을 나갔을 때도 내가 나타나서 포항의 역사를 이어나갔다. 내가 없다고 해도 분명 다른 포항 레전드가 있을 거다. 포항 전설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이 와서 문화를 계승해서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 감독은 자신을 비롯한 감독 개인이 아닌 포항 시스템을 믿는다. 포항은 유소년 시스템, 훈련 및 회복 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최신화 노력을 거듭한 팀이다. 김 감독도 처음에는 자신이 많은 분야를 도맡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코칭스태프와 협업을 통해 자신이 특화할 수 있는 부분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이제는 나도 많이 편해졌다. 1년, 2년차까지는 정말 힘들었다. 누구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생각에 훈련부터 영상 편집까지 2년차까지는 다 했다. 이제는 코치들이 많은 것들을 분담한다. 영상 분석관도 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반도 안 하고 있다. 코치들이 다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구단도 잘 하고 있다. 한 번은 미스가 있었다(웃음). 뭔지 또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후로는 하나도 빠짐없이 서로 소통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을 고맙게 생각한다. 현장은 감독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규칙이 정해진다. 지금은 큰 문제가 없다. 치료실, 피지오, 코칭스태프 모두 서로 잘 돕고 있다. 구단 시스템이 잘 돼있다고 자부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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