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거나 관계에 균열이 생긴 사람들 이야기

임세정 2023. 12. 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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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의 대상인 야곱이 져야 했을 마음의 짐에 대해서는 제법 깊이 생각하면서 그 사랑의 주체인 리브가가 져야 했을 마음의 짐에 대해서는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42년 간 국내 문단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작가 이승우의 열 두번 째 소설집 '목소리들'은 가족을 잃거나 관계에 균열이 생긴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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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목소리들
이승우 지음, 문학과지성사, 240쪽, 1만6000원


“나는 사랑의 대상인 야곱이 져야 했을 마음의 짐에 대해서는 제법 깊이 생각하면서 그 사랑의 주체인 리브가가 져야 했을 마음의 짐에 대해서는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42년 간 국내 문단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작가 이승우의 열 두번 째 소설집 ‘목소리들’은 가족을 잃거나 관계에 균열이 생긴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책에 수록된 소설 ‘마음의 부력’에서 어머니는 큰 아들이 죽은 후에도 둘째 아들인 성식이 전화할 때마다 형의 이름을 부른다. 죽은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로 괴로워하는 어머니는 점점 기억을 잃어간다.

인간의 불안과 욕망의 기저, 초월적 존재 등은 이승우의 작품이 끊임없이 다뤄 온 주제다. 이번 소설집에선 화자들의 어두운 내면의 근원이자 가족을 상징하는 ‘집’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각각의 작품엔 부조리한 현실, 안식처를 잃은 사람들의 모습, 관계에 대한 사유가 담겨 있다.

화자들은 가족과 함께 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얻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계속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목소리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트라우마를 만들지만 고통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아마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탄식 없이 슬퍼하고 변명 없이 애도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며 “‘이해받으려는 간절함’이 아니라 ‘간절함을 이해하는’ 글의 저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이승우는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오래된 일기’ ‘사랑이 한 일’, 중편소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욕조가 놓인 방’, 장편소설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한낮의 시선’ ‘이국에서’ 등을 냈다. 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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