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인도를 산부인과 삼은 ‘뿔제비갈매기 7마리’

이정헌 2023. 12. 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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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남은 개체가 100마리 남짓한 철새 '뿔제비갈매기'가 국내 무인도를 번식 터전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뿔제비갈매기와 같은 바닷새는 한번 번식에 성공하면 짝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육산도를 찾은 암컷 뿔제비갈매기가 2016년부터 6년간 함께 번식 활동을 해온 짝이 아닌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한 부분도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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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멸종위기종 뿔제기갈매기, 영광 육산도를 번식 터전으로
암컷의 짝짓기 수컷 교체도 이례적
새끼를 품고 있는 뿔제비갈매기. 환경부, 국립생태원 제공


지구상에 남은 개체가 100마리 남짓한 철새 ‘뿔제비갈매기’가 국내 무인도를 번식 터전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부터 찾아온 한 암컷은 6년간 만난 짝을 두고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뿔제비갈매기와 같은 바닷새는 한번 번식에 성공하면 짝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3~6월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 찾아온 뿔제비갈매기 7마리가 2020년부터 매해 찾아온 개체로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뿔제비갈매기는 머리 뒷부분에 갈기 형태로 난 뿔이 특징이다. 주황빛에 가까운 부리는 끝에 검은색을 띄고 있다.

뿔제비갈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 위험 정도를 ‘위급’으로 분류하는 희귀 동물이다. 야생에서 ‘절멸’ 직전 단계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동해안에서 번식하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월동한다’는 정보 외에는 크게 알려진 게 없다.

알을 품고 있는 뿔제비갈매기. 환경부, 국립생태원 제공


뿔제비갈매기는 1937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됐는데, 63년 만인 2000년 중국 남부 한 섬에서 4쌍이 발견됐다. 이후 중국이 복원 사업을 벌이면서 지난해 가을 중국 칭다오에선 최대 124마리가 확인됐다. 국내에선 지난해 1급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됐다. 뿔제비갈매기가 멸종위기에 처한 원인으로 인간의 알 채취, 태풍, 다른 종과의 교잡 등이 꼽힌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뿔제비갈매기는 2016년에 처음 국내서 관찰됐다. 3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 육산도에 다다른 뒤 4월 말 번식을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육산도는 영광군 7개 무인도를 묶어 부르는 ‘칠산도’ 중 하나이다. 칠산도 전체가 괭이갈매기,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등 멸종위기 새의 주요 번식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있다. 육산도는 사람의 출입이 제한된 특정도서인 데다 번식기(4~6월)에 태풍의 영향이 약한 ‘유리한 번식지’로 분석된다.

포란 중인 뿔제비갈매기(오른쪽). 연합뉴스


뿔제비갈매기 어미 새가 한 번에 낳는 알의 개수는 1개에 불과하다. 어미 새가 알을 품은 뒤 26~28일이 지나면 새끼가 부화한다. 아기 새는 태어난지 37~43일 무렵부터 어미 새와 함께 비행을 시작한다. 이어 7월 중·하순에 한국을 떠나 8월 초쯤 중국 산둥반도에 다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육산도를 찾은 암컷 뿔제비갈매기가 2016년부터 6년간 함께 번식 활동을 해온 짝이 아닌 다른 수컷과 짝짓기를 한 부분도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갈매기 등 바닷새는 번식에 성공하면 짝을 바꾸지 않는다.

국립생태원은 “올해 육산도에서 확인된 뿔제비갈매기 암컷의 변심은 바닷새 전체를 봐도 매우 희귀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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