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민간인 사망 1만명 넘었다…52년만에 '유엔헌장 99조' 발동
가자지구 북부에 이어 남부로 진격한 이스라엘군이 6일(현지시간) 남부 최대 도시인 칸 유니스의 중심부를 점령했다.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휘부 주요 인사를 사살·체포할 때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52년 만에 유엔헌장 99조를 발동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이軍 "하마스 중간급 사령관 절반 제거"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로이터통신‧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특수부대인 98사단은 하마스 테러 조직의 핵심 거점을 겨냥해 칸 유니스를 포위하고 도심 내부에서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단 몇 시간 만에 하마스의 칸 유니스 여단이 구축한 방어선을 뚫고 도시를 포위했고 도심 안쪽으로 진입했다고도 전했다. 또 하마스의 거점을 점령해 다수의 무기를 압수하고 정보 자료도 확보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부에서도 전투 중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은 “최근 48시간 동안 가자지구 북부 세자이야·자빌리야는 물론 남부 칸 유니스에서도 하마스 방어선을 뚫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이 지하에서 나와 맞섰지만, 근접전에서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중간급 지휘관 절반가량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구조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각각 1000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24개 대대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휘관 다수를 제거해 최소 10개 대대의 전투력을 저하시켰다는 게 이스라엘군의 주장이다.
네타냐후 "신와르 체포는 시간 문제"
이날 베냐민 네탸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이 현재 (하마스의 수장) 야히아 신와르의 집을 포위하고 있다”면서 “그의 집은 요새가 아니며, 그는 도망칠 수 있지만 우리가 그를 잡는 건 이제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나테냐후의 발언은 이스라엘군이 칸 유니스 소재의 신와르 자택을 포위했지만, 현재 그가 집에 머물지는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신와르는 현재 다른 지도부와 함께 칸 유니스의 지하 터널에 은신 중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1인자인 신와르를 ‘처치 대상 1호’라고 밝혀왔다. 지난달 5월 네타냐후 총리는 신와르에 대해 “자신의 벙커에 숨어있는 리틀 히틀러이자 곧 죽을 사형수”라고 말했다. 신와르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기획한 핵심 인물로,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이 신와르를 포함해 알카삼 여단의 수장인 무함마드 데이프, 알카삼 여단 부사령관 마르완 잇사 등 세명의 하마스 지도자를 사살하거나 체포할 때까지 가자지구 공격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현재와 같은 대규모 지상전이 아닌, 하마스 지휘부와 특정 거점을 집중 겨냥한 국지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CNN 등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지휘관을 표적으로 삼는 것에 대해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왕립연합군연구소의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하마스의 복잡한 작전 수행 능력을 저하시키고 숙련된 전투 인력을 제거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면서도 “사령관이 죽으면 다른 전사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기 때문에, 반드시 하마스의 패배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WSJ에 전했다.
구테흐스, 유엔헌장 99조 발동…이 "도덕적 타락"
하마스측 가자 보건부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서 총 1만624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민간인 사망자 중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측은 사망자 중 약 5000명은 하마스 요원으로 추정했다.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지구의 휴전을 촉구하며 유엔 헌장 99조를 발동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사무총장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를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헌장 99조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어떤 문제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주위를 환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앞서 방글라데시 국가 수립으로 귀결된 1971년 인도·파키스탄 분쟁 이후 이 조항이 명시적으로 발동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 조항을 발동해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도적 재앙을 피하기 위해 안보리 회원국에 압박을 가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완전한 휴전을 촉구하는 데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구테흐스의 새로운 도덕적 타락”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유엔 사무총장의 도덕적 왜곡과 편견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구테흐스의 휴전 요청은 사실상 가자지구에 대해 하마스의 테러 통치를 유지하라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0대 여성 성폭행 하고도…"고령이라서" 풀려났던 80대, 결국 | 중앙일보
- 한동훈이 사랑한 ‘18㎝ 명품’…요즘 2030도 빠져든 이유 | 중앙일보
- "안주로 계란프라이 안 해줘서" 모친 때려 숨지게 한 '40대 아들' | 중앙일보
- 밥 이렇게 먹으면 덜 늙는다, 내 수명 늘리는 ‘확실한 방법’ | 중앙일보
- 아내 출산하러 간 사이…아내 후배 지적장애女 성폭행한 남편 | 중앙일보
- 종업원에 음식 던진 여성…미 법원 "패스트푸드 식당서 2개월 일해라" | 중앙일보
- 인증샷만 4만개…"세계서 가장 위험한 재래시장" 아찔한 매력 | 중앙일보
- 바지 지퍼 열고 "언제든 오라"…식당 여주인 울린 성추행남 | 중앙일보
- "술 40병 살게" 편의점 직원 창고 가자 '문 철컥'…절도女 체포 | 중앙일보
- "성형해도 팔자 못바꾼다"…나보다 공부 못한 친구가 더 성공, 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