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땅에 만들어진 새 나라, 뉴질랜드에 들어서다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드디어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날짜변경선도 지났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이틀이 지나 있는 경험은 이유를 알면서도 신기하더군요.
다시 한 번 적도도 넘었습니다. 피지를 경유해 오클랜드에 도착했습니다.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입니다.
▲ 피지 난디 공항 |
ⓒ Widerstand |
그렇게 쉽게 입국을 하고 나니, 정작 엄격한 것은 세관 심사였습니다. 저야 특별히 가져온 물건이 없었지만, 심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철저히 이루어지더군요. 농산물은 물론 스포츠 용품에 묻은 흙먼지까지 엄격하게 통제한다고 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탐지견까지 동원한 검사를 받았습니다.
▲ 오클랜드 |
ⓒ Widerstand |
유럽인이 뉴질랜드에 닿은 것은 300여 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164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이 섬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죠. 1769년에는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뉴질랜드를 탐사했고, 그 이후 유럽인들의 방문이 이어집니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던 마오리인은 유럽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했습니다. 유럽의 무기와 상품들이 뉴질랜드에 다수 유입되었죠. 이미 1800년대 초반 마오리인 사이의 내전에서도 머스킷 총이 사용되고 있었을 정도입니다.
1840년 영국은 마오리인과 '와이탕이 조약'을 체결하고, 뉴질랜드를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이 조약을 둘러싸고 마오리인과 영국인 사이 전쟁이 벌어졌지만, 결국 식민지는 설치되었죠.
▲ 오클랜드 미술관의 마오리 미술 |
ⓒ Widerstand |
물론 정복과 지배의 과정에서 영국인이 마오리인에 대한 학살과 차별을 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오리인은 많은 점에서 자신들의 섬을 지켜냈죠.
▲ 성중립 화장실에 적힌 영어와 마오리어 안내 |
ⓒ Widerstand |
실제로 뉴질랜드의 생태계는 많은 점에서 '구대륙'과는 달랐다고 합니다. 멀리 떨어진 섬나라였고, 사람이 거주한 것도 채 겨우 700여 년 정도 전이었으니까요. 뉴질랜드의 생태계는 다른 지역과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뉴질랜드에는 포유류도 거의 자생하지 않았고, 호주에 있는 유대류도 대부분 살지 않았죠. 그 대신 뉴질랜드에는 다양한 육상 조류가 번성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키위새를 비롯해, 이미 멸종한 모아 등 다양한 조류가 뉴질랜드에서 진화했죠.
지금 뉴질랜드에 있는 다양한 포유류들은 모두 인간이 뉴질랜드에 넘어오며 함께 유입된 것들입니다. 그 때문에 뉴질랜드의 생태계도 많은 파괴를 겪었죠. 마오리인이 들어오면서 큰 새 종류인 모아는 멸종했고, 유럽인의 도래와 함께 더 많은 뉴질랜드 토착 생물들이 멸종했습니다.
▲ 오클랜드의 공원 |
ⓒ Widerstand |
이제는 유럽계 백인이 인구 70%를 차지하는 나라이지만, 여전히 '신대륙'의 섬나라라는 것이 공항의 검역뿐 아니라 뉴질랜드의 많은 부분을 정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이 영국과도, 호주와도 다른 뉴질랜드만의 정체성이 아닐까 합니다.
뉴질랜드는 영국에서 단계적으로 독립했습니다. 1907년에는 자치령이 되었고, 1947년에야 독자적인 외교권과 군사권을 갖게 되었죠. 1986년에는 헌법을 영국의 허가 없이 고칠 수 있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2004년에야 독립적인 대법원을 만들었습니다. 여전히 뉴질랜드의 국왕은 영국의 찰스 3세죠.
▲ 오클랜드의 바다 |
ⓒ Widerstand |
그리고 그런 '새로운 나라'라는 정체성 덕분에 갈 수 있었던 길도 있었을 것입니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나라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니까요.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가 뉴질랜드였습니다. 현재도 낮은 부패지수와 높은 복지 수준을 가진 나라가 되어 있죠.
그들은 그런 섬나라를 만들어 왔습니다. 다른 곳과 분리되어 서로를 배척하던 역사를 뒤로하고, 이 섬을 지키며 함께 앞으로 갈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인구 5백만의 작은 섬나라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나가는 이 섬에, 우리 세계 전체는 많은 것을 걸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CHwiderstand.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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