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없다더니 국·수·영 다 어려워”…불붙는 킬러문항 논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가 공개되자 입시업체들은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시험’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한다는 방침으로 출제된 시험이지만 결과적으로 킬러문항이 있던 과거 ‘불수능’ 이상으로 어려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킬러문항 없이도 변별력을 유지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이 9월 모의평가에 이어 본수능에서도 구현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어려운 수능을 두고 “킬러문항이 없어진 게 맞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킬러문항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상위권 변별에는 성공했지만 어려워진 수능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킬러문항 배제…“쉬워지나” 기대했지만, 실제론 불수능
올해 국어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수능 체제가 현 9등급제로 바뀐 2005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높았다. 수학 최고점도 148점으로, 2005학년도 이후 치러진 19번의 시험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영어는 1등급(90점 이상) 비율이 4.07%로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적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높았던 이유 중 하나가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라고 본다. 지난 6월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과거 수능과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킬러문항 사례를 들며 “국어와 영어는 별도 배경 지식이나 전문 용어가 들어간 문제, 수학은 선행 학습이 필요한 문제”라는 과목별 기준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방침을 현장에서는 ‘난이도 하락’으로 받아들였다. 사교육 업계에서는 “가장 어려웠던 킬러문항이 없어지면 시험이 쉬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의 한 고교 수학 교사는 “교육부는 변별력만 높이느라 왜곡된 킬러문항을 없앤다는 취지였지만, 학생들은 난이도를 낮추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 어려워지면 사교육 의존도 높아질 것”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수능 수학영역 46개 문항 중 6개 문항(13.04%)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수준을 벗어나 출제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답률이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수학 22번에 대해서는 “대학 과정의 함수방정식에 준하는 함수부등식을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관련 내용이 대학교재에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은 “킬러문항은 출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평가원은 “현장 교사로 구성된 출제점검위원회가 킬러문항이 없음을 최종 확인했고, 12월 5일 개최한 현장 교사 평가자문위원회에서도 킬러문항이 출제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학 수준”이라고 밝힌 시민단체 주장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풀이 방법과 EBS 연계 문항 등의 근거가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교육과정 외의 풀이와 대학 교재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입시업계에서는 킬러문항 유무와 상관없이 수능이 어려워질수록 사교육비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온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어려운 수능에 의대 증원까지 겹쳐 학원을 찾는 재수생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혁신교육센터장은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는 현 상황에서 킬러문항 유형을 바꾼다고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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