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제거에 안심?…올해 수능 만점자 1명 뿐 '역대급 불수능'

장윤서 2023. 12. 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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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7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가채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16일 치른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수학·영어 전 과목이 ‘역대급’ 수준으로 어려웠던 ‘불수능’으로 나타났다. 과목별 만점자 수가 줄어든 가운데, 전 영역 만점자는 1명뿐이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7일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응시자는 44만4870명으로 지난해(44만7669명)보다 소폭 줄었다. 재수생 등 졸업생과 검정고시 응시자의 비율은 35.4%로 지난해(31.1%)보다 증가했다.


국어·수학·영어 역대급 난이도


김영희 디자이너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150점으로 지난해 수능(134점)보다 16점 상승했다.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국어 최고점이 150점에 달한 것은 ‘불국어’로 불린 2019학년도 수능 이후 두 번째다. 표준점수는 응시자 평균을 고려해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최고점이 높아진다.

국어 만점자도 대폭 줄었다. 국어 만점자는 64명으로 역대 수능 중 두 번째로 적었다. 앞서 2022학년도 수능 국어는 만점자 28명, 표준점수 최고점은 149점이었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도 지난해 수능(145점)보다 3점 오른 148점이다. 이는 가·나형 수준별 시험이 남아있었던 2020학년도(나형 149점) 이후 최고치다. 수학 만점자는 612명으로 지난해 수능(934명)보다 322명 줄었다. 올해 9월 모의평가에서는 수학 만점자가 2520명이었는데 4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절대평가로 치르는 영어도 역대급 불수능이었다.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이 4.71%로, 절대평가를 도입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다. 가장 어려웠다고 평가받는 2019학년도의 1등급 비율(5.30%)보다도 낮다.

입시 전문가들도 이번 수능처럼 국어·수학·영어 전 과목이 어려운 수능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05학년도 현 수능 점수체제가 도입된 이래 역대급으로 어렵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역대급으로 어려운 수능에도 전 과목 만점자는 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수능 전 영역 만점자는 한 명으로, 졸업생이다. 앞서 불수능으로 꼽힌 2022학년도 수능에서도 만점자는 한 명 뿐이었다.


킬러문항 배제 우려에 변별력 강화


신재민 기자
올해 수능은 처음으로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적용한 시험이었다. 당초 일각에서는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이 사라지면 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출제된 것은 출제 당국이 변별력 저하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영주 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올해는 킬러문항을 배제한 상태에서 수능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사회적 우려가 있어서 어느 시험보다도 적절 변별도로 출제하려고 노력했다”며 “상위권 변별을 위한 문항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국어 수학의 최고점을 끌어올렸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N수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난이도 조절에 어려움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검정고시 포함) 15만7368명 중 약 6만명은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 수준이 ‘미지수’였다. 문 본부장은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하지 않고 수능에 참여한 반수생 등 N수생이 많았다. 이들의 학업 수준을 나름대로 분석해 수능의 적정 난이도를 설정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들은 ‘준킬러’ 문항을 푸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서 시간 부족을 느꼈을 것이고 이것이 난도를 올렸다 본다. N수생이 크게 늘어나면서 평가원이 올해 수험생들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실패했고, 절반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신재민 기자

교육부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고도 상위권 변별력이 높았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전년도 수능 대비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자 수가 줄고 1~2등급 구분 점수는 높아진 것을 볼 때, 상위권 변별이 확실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육부는 국어,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줄어들면서 특정 과목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력이 완화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학의 최고점이 국어보다 11점 높았기 때문에 수학의 영향력이 너무 컸는데, 올해는 국어·수학 최고점 차이가 2점에 불과해 과목별 유불리가 적어졌다는 의미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지금까지 학생들이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 사교육업체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사고력, 추론 등 전반적인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업 본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심 기획관은 “학교에서도 (고난도 문항을) 대비할 수 있도록 장학 지도하고, EBS에서도 고난도 문항의 예시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수능 성적표는 8일 시험을 접수한 학교 및 교육청에서 교부한다. 온라인 발급은 졸업생, 검정고시생 등은 8일 오전 9시부터, 재학생은 11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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