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中기업이 더 걱정” 중국 내 미국 CEO들의 진짜 고민
치열한 미‧중 경쟁 분위기 속 중국 현지의 미국 기업들이 느끼는 가장 큰 리스크는 뭘까? 안보, 중국‧대만 전쟁, 미‧중 관계 등을 꼽는 외부의 추측과는 달리 중국 중소기업과의 경쟁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현장에서 미국 기업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하이 암참(AMCHAM,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이라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스탠퍼드 중국경제제도센터(SCCEI)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공동 주최로 ‘빅데이터 중국 제2회 정기 콘퍼런스’가 지난 5일 ‘경쟁 시대 중국의 성장과 대외 관계 전망’이란 주제로 열렸다. 션 스타인(Sean Stein) 상하이 암참 회장은 이날 기조 발제에서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 CEO들을 잠 못 들게 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중국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스타인 회장은 “미국 본토에 있는 정책 결정권자들은 흔히 미국이 군사, 경제, 과학기술, 가치관 등 네 분야에서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하지만 사실상 중국 내 미국 기업에 가장 큰 압박은 제5의 분야인 ‘중국 내부에서의 경쟁’이다”라고 강조했다.
스타인 회장에 따르면 중국 국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여러 미국 CEO가 본 가장 큰 시장 리스크는 안보 이슈, 대만 문제, 미‧중 관계가 아닌 중국 중소기업과의 경쟁이었다. 그는 중국의 수많은 중소 규모 회사에 똑똑함은 물론 과중한 업무도 마다치 않는 근면함까지 갖춘 인재가 몰리고 있어 언제든지 미국 기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 암참은 지난해 1000여 개 기업 회원을 대상으로 ‘중국 내 사업에서 향후 2~3년 안에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인 52%가 지식재산권(IP)이나 미‧중 관계 등이 아닌 ‘중국 국내에서의 경쟁’이라고 대답했다.
올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1위는 역시 ‘중국 내 경쟁’이었다. 응답자의 약 75%는 자사 제품의 품질이나 연구개발(R&D) 역량이 아직은 중국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대답했지만, 대부분의 미국 기업인은 중국 기업을 위협적으로 보고 있었다. 중국 내 시장 점유 속도, 디지털 전략과 신기술의 활용, 시장 마케팅 전략, 인허가 절차 등 부분에서 중국 회사가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미 기업이 중국 내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스타인 회장은 “만약 미국 기업이 중국을 떠난다면, 중국 내 혁신과 빠른 변화를 읽지 못하게 된다”며 “이는 곧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경쟁을 경험해 볼 기회를 잃는 것이고, 새로운 능력과 기술을 익힐 기회도 놓치게 된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같은 경쟁 시대에 미국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면 국가 경쟁력 제고도 할 수 없고 중국과 경제 분야에서의 경쟁도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더욱 치열해진 미‧중 경쟁 때문에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하고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현시점 중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우리 기업도 상당수인 만큼 스타인 회장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상하이와 선양(沈陽)에서 미국 총영사를 지낸 스타인 회장은 현재 글로벌 로펌 커빙턴 앤 벌링(Covington & Burling)의 중국 공공정책 실무 분야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선양 총영사 재임 당시 스타인은 미국 내에 10억 달러(약 1조 3천억원) 이상의 중국 투자를 유치했고, 수십 개 미국 기업을 중국 시장으로 진출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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