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4대 호위 받으며 빈살만 만났다…푸틴 이례적 순방길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중동 순방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 위성 국가였던 주변국들을 제외하고 해외 순방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순차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회담하면서 “왕세자를 모스크바에서 만나기를 기대했으나 여러 상황들이 당초 계획에 영향을 줬다”면서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우호 관계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다음에는 모스크바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 세계의 이익을 위해 러시아와 함께 일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중동 정세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사우디 국영 통신 SPA가 전했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빈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을 통해 ‘감산 동맹’을 과시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 석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사우디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OPEC+)를 통해 산유량을 조절해왔다. 이와 관련 프랑스24는 “푸틴의 중동 순방은 최근 러시아의 감산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하락한 이후 이뤄졌다”고 짚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UAE 아부다비에서도 환대를 받았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호칭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는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라면서 “UAE는 아랍 세계에서 러시아의 주요 무역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진영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 기업들에게 UAE는 우회 통로가 돼 왔다고 지적했다. 푸틴이 UAE를 방문한 6일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는 기간으로, 우크라이나 대표단도 참석 중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같은 날 현지 매체를 통해 푸틴의 전용기를 전투기들이 호위하며 비행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에는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인 수호이(Su)-35S 넉 대가 전용기 주변에서 함께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투기들에는 미사일도 장착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중동 순방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두 개의 전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푸틴은 올해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이후로 해외 순방을 자제해왔다. 키르기스스탄·중국을 제외하곤 신흥 경제국 모임 브릭스(BRICs)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회의에 주로 화상으로만 참여해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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